<은유의 잔향> Episode 4
부제: 시작의 시작
많은 장식이 반짝임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는 것을
직접 만든 사람들은 알고 있다.
어떤 옷감은 손끝에 닿기 전부터
작은 파문처럼 빛을 흩뜨리고,
어떤 표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윤기를 품어
안쪽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어디에 무엇을 더했느냐보다
어떤 위치에서 빛이 머물렀다가
어디로 흘러가는지가 더 중요했다.
빛이 한 곳으로 몰리면
화려하지만 금세 얕아졌고,
흩뿌린 듯 배치된 작은 조각들은
서로의 간격을 통해
조용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한 겹일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천이
겹이 포개지고 또 포개지는 동안
어디선가 길을 찾아낸 빛이
스스로 산란하며
완성되지 않은 꿈처럼 번져갔다.
너무 많은 장식은
오히려 그 꿈을 깨뜨렸고,
너무 가득한 자수는
표면을 평평하게 눌러
깊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겹이 쌓이는 방식,
떨어진 거리의 숨죽인 균형,
그리고 선이 그리는 아주 미세한 굴곡 속에서
조용히 드러났다.
마치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생겨난 구조처럼—
억지로 만든 화려함이 아니라
겹과 겹 사이의 틈에서
저절로 피어난 은은함처럼.
말해지지 못한 마음들이
오랜 흐름을 따라 한 선으로 모여들고,
그 부드러운 기울기의 끝에서
소녀의 동경은
드레스가 되었다.
오늘의 잔향 — Hania Rani – Glass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반짝임은 우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설계에서 비롯되었다.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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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