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후

<은유의 잔향> Episode 4

by 은유의 잔향

부제: 잔재로 남은 형태


가장 아팠던 사랑이
가장 깊은 변화를 남긴다는 사실을
나는 이별 후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고통은 한때
나를 삼킬 것처럼 밀려왔지만,
삼키지 못한 고통은
언제나 다른 형태로 나를 다시 세웠다.


사라진 사랑의 자리는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빈자리에서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왔는지가
조용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버티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만큼은
거짓일 수 없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도,
지키지 못한 상처도,
모두 나를 이루는 결로 남았다.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몇몇 순간들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조용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사랑은 사라졌지만,
그 사랑이 남긴 결은
여전히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오늘의 잔향 — Hania Rani – “Tennen”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말하듯,
‘맞음’과 ‘틀림’은
시간에 따라 서로 자리를 바꾼다.


사랑도 그렇게,
다른 밝기로 다시 읽히는 날이 온다.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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