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을 안으로 두는 방식

〈은유의 잔향〉 Episode 5

by 은유의 잔향

부제: 빛나지 않는 증명


사회는 바람이 많은 곳이다.

가벼운 것들은 쉽게 들리고,
무게가 없는 말들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남는 것은

표면이다.


나는 어느새
표면을 다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연은 길었다.
중간에 멈추는 지점도 많았고,
한 번에 접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접었다.


접힌 자리에는
얇은 선이 남는다.
손끝으로 더듬으면 느껴지지만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평면 위에
어느 순간
말이 붙기 시작했다.


설명은 줄어들었고,
질문도 줄었다.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움직임이 있었다.
때로는 생각보다 크게 일렁였고,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겉은 고요했다.


나는 물결을 안으로 두고 수면만을 남겼다.


누군가는 안심했고,
누군가는 말을 줄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버틴 자리에
모서리가 조금씩 맞아갔다.


강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흔들림이 밖으로 넘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것이 증명인지,
단지 습관인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빛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오늘의 잔향

Lorde – Liability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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