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우주 Jan 31. 2024

81

JANUARY.31.2024

 

 교육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 초등학생들이 십 년 뒤에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발표하는 장면을 본 적 있다. 초등학교 때 많이 받아 봤음직한 별다를 것 없는 이 질문에 지금의 아이들은 얼마나 많이 달라진 건지, 아니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한국이, 우리가. 얼마나 달라지게 된 것이겠지만.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야근에 시달리는 나’

 ‘그림을 좋아하지만 돈을 벌 수 없어 직장인이 된 나’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나’  

   

 이제 인생 십 년 차인 이 아이들은 10년 뒤 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원하거나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이 아닌, 혹은 행복하거나 만족의 모습이 아닌 하나같이 무엇인지 모를 ‘일’을 하고 있는 불만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정확히 ‘일’ 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퇴근 후 모습에서 학습되었으리라.

 그러고 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 모습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의 주변인뿐만 아니라 배우나 연예인들 조차 농반 진반으로 자신의 일이 자신을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임을, 워라밸과 늘 조기퇴근을 꿈꾸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를 하루빨리 맞이하기를 바라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비쳤다. 심지어 40대에 은퇴하는 삶을 꿈꾸는 20대가 많다고 하니 눈이 휘둥굴 해진다. 물론 열과 성을 다해 자신의 삶을 일구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 만연해지는 것 이 씁쓸하기는 하다.


 노동의 가치가 언제 이렇게 까지 떨어지게 되었을까. 땀 흘려 일하고 나의 생각이 실현되고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은 언제부터 빛바랜 라떼들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속이 상한다.

 그간의 전적들이, 열정페이나 재능기부를 빙자한 부림들이 점점 일의 가치를 떨어뜨렸을까.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앞서가고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이 자라난다. 어떤 세상이 펼쳐지게 될지... ...

역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8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