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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13,2022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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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와 휴대폰 속 수 만 가지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 마냥 즐겨지지 않는다. 물론 굉장히 감탄스럽고 즐겁고 웃음도 났지만, 끊임없이 내면의 반대편에서는 좋지 않은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얼마 전 즐겨보던 웹툰이 끝나고 올라온 작가의 후기를 읽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미술을 전공한 웹툰 작가. 개인전 경험도 있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 웹툰 또한 성황리에 완결을 낸 그의 후련한 후기는 또 어딘가 불편했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특히 예술분야에서 빛을 내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자꾸만 모나고 못난 마음이 들었다. 살기 싫다. 눈뜨기 싫다며 가까스로 살아갈 때, 저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왔다. 잠을 줄이고 방대한 물리적 시간을 일궈, 끝내 사람들 앞에 반짝이는 자신의 것을 내보인다. 이 와중에도 나는 그렇게 뼈를 깎았을 고통마저 부러웠다. 잠과 먹을 시간을 줄여가며 무언가 만들어내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열망이 그리웠다. 어느 순간부터 상상에서 조차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미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듯이 구는 내가 참 밉다. 보고만 있는 것이, 창 건너에 앉아 보기만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면 내가 창작해야 한다. 열 장도 그리지 않고 열 장도 채 쓰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작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마침내 만들어 내놓아야 한다. 방한 구석 벽에 붙어 있는 이상 그 작업물은 죽어있는 것이다. 끝 모를 안정감 안에서 끝끝내 완성되지 못 한 채로 거죽만 남아있다. 그러니 살아있는 작품으로 완성하고자 한다면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목덜미를 잡아끌어 사람들 사이에 두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조금 우울은 하지만 이렇다 할 변화와 자극 없는 나만의 기지 안에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우울한 안락함과 생기 있는 불편함. 사실 우리는 고민의 여지가 없다. 당장 오늘 저녁은 어떻게 때울 것인가. 하면 생각할 것이 무엇인가, 손과 발을 먼저 딛고 따라오는 생각을 걸러 그때 들여다봐도 괜찮다.


오늘의 부러움은 나의 꺼지지 않은 열망의 씨앗이다. 마침 비도 내리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촉촉해진 땅에 씨앗을 꺼내어 심고 기다려 보자. 적절한 통풍과 충분한 수분 적당한 햇빛도 중요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포함되어 있는, 싹이 트고 떡잎을 떨구고 가끔은 병충해도 겪으며 가느다란 묘목에서 제법 굵은 나무가 되어 꽃이나 열매를 맺는, 이는 정말로 긴 여정 아닌가. 그러니 기다란 호흡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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