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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6,2022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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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잔뜩 불러서 앉을 수도 없을 만큼 가득 차있는데, 속은 너무도 허전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더 먹을 수도 없는데 자꾸만 무언가를 채워 넣고 싶었다.

찬장과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브라우니믹스가 보인다.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척도 잠시 거침없이 뜯는다. 사용법 아니 제조법, 이 간단하다.

박스를 뜯는다. 아주 단순한 봉투가 한 개 들어있다. 봉투를 뜯어 옴폭한 그릇에 모두 붓고 종이컵 반 정도의 물을 섞어 가루가 안 보일 정도로 저어준다. 그리고 레인지용 사각 접시에 담아 4분 정도 돌리기만 하면 끝. 금세 꾸덕꾸덕 한 초코 빵이 완성된다. 짙은 갈색의 브라우니 속에 칼을 넣어 스윽 잘라본다. 생각만큼 깨끗하게 잘리지 않는다. 부스러진 부분을 손으로 주워 입에 넣는다. 달콤하다. 아니 달 큰. 아니 너무 단데?... 꺼내어 접시에 소복하게 쌓아둔다. 먹으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그냥 만드는 과정에서 허전함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본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엔 제조 시간이 너무 짧았다. 괜한 아몬드 슬라이스만 잔뜩 털어 넣었더니 식감이 ㅈ종이 같고,.. 아무튼 근처 사는 친구에게 나눠주기도 민망한 신기한 간식이 완성되었다. 그래도 예쁜 나무쟁반 위에 올려놓고 감상한다. 목까지 먹은 것들이 올라와 찰랑거리는데 눈으로는 브라우니를 보고 머릿속으로는 라면을 끓일까 생각한다. 아- 배 위에 안정감 있게 올라와 있는 노트북 좀 봐. 도대체 뭘 더 채우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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