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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20,2022

by 한우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와 나의 언니는 어린 시절 나름, 예술의 울타리 안에서 자랐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귀로는 오래된 팝 음악이 흘러들어왔고, 코로는 갓 내린 커피 향기가, 눈으로는 계절별로 피어난 꽃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빚을 내서라도 더 예술적인 것들을 향유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취향에서, 어떻게 보면 지금의 중심이 되는 편린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조각은 유년시절에는 전부였고 그림을 그리는 업을 갖는 것이 당연한 꿈이 되었다. 청소년기에도 학업 스트레스와 가정 내 불화 등으로 힘들었지만 귀에 꽂은 이어폰과 등. 하굣길에 보이는 이름 모를 풀꽃, 하늘의 다양한 표정이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과 예술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사회로 나와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할 시기가 올 때부터는 갈수록 심해지는 물질만능주의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가치와 정신적 풍요로움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 누구라도 이런 눈을 갖는다면 어디에서건 결국엔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살아남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이제는 다 커서 공식적으로 어른이 된 지 한참 된 우리 자매는 각자 서로 다른 예술 분야에 있지만 틈틈이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그중 가장 큰 화두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꽤 오래 관찰자로만 있다가 오래간만에 붓을 든 나로서는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당연히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예술가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언니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대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필수불가결의 영역이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원색적인 표현을 하는 예술의 형태를 떠올렸던 것 같다. 그렇지만 방법과 형태는 다양하다.

올해, 봄이 오기도 전에 시작되었던 전쟁은 무더운 여름이 오기까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병들고 있고 우리에게 마스크는 더 이상 이질의 것이 아니라 일상의 것이 되었다. 그럼 이 시대를 살며 예술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예술은 무엇인가? 대학 1학년 때 기말 시험 주제였는데...

여러 형태의 예술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할 것인가. 어떠한 시선과 사유를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지리한 연구와 그것에 대한 결과물만이 그리고 그렇게 작업하는 순간을 통해서만 깨달음을 줄 것이다.

제발. 어떤 식으로든 모든 것에 겨눠진 총과 칼날을 거두고, 전쟁을 멈추고, 그림을 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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