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2.2024
나는 대체로 취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예를 들면 집안의 인테리어라든가,
빈티지한 것도 모던한 것도 키치 한 것도 나름의 다 예쁨이 있어서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금액에 맞춰 대중적인 것으로 꾸미게 되고.
책도 마찬가지-
에세이도 추리소설도 시집이나 철학 서적도 모두 다 각자의 재미가 있어서, 크게 취향을 타지 않는다.
음악도 그렇다. 집에 있는 앨범만 보아도 유재하가 나오는가 하면 퀸시 존스, 코달리가 나오다가도 디즈니 음악이 난무하는...
옷을 입는 것도 고집하는 스타일이랄 것이 없어서 아직도 20대 때 입던 옷을 입고,,, 이때 옷을 가장 많이 샀다. 이렇게 다색다취 이자 무색무취의 나는 연애할 때도 여지없이 그 모습이 나타났는데, 사람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상형이라는 것도 딱히 의미가 없게 느껴졌고 개성이나 취미, 취향이 확고하지 않다 보니 어떤 것에서 오 이 사람 딱이야! 하는 느낌이 오기도 어려웠다.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이것도 재밌네 오 그렇군 하며 그때그때 맞춰서 변하였다.
그런데. 이제 집에 가지 않는 연인이 생기려 하니 소거법으로 조금씩 취향이 찾아지기 시작했다. 아, 내가 이런 건 싫어하는구나, 이런 걸 좋아했네? 이런 걸 불편해했구나. 이게 재밌다고?
평생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위기의식(?) 같은 것이 발동한 것일까.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인 줄 만 알았던 내가 이래도 엥? 저래도 엥? 하며 그 취향을 좁혀나가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세워두니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사람은 참. 영원한 비교 속에 살게 되는 것일까. 없었던 의견 차이가 생겨 나가고 부리지 않던 고집을 피우게 된다. 참 간사하기도 하지...
그러면서도 결정해야 할 것들 앞에서 또 무색무취 도무지 알 수 없다. 지금은 이 지점에 와있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