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8.2023
계속해서 완성하지 못한 채 이젤 위에 있게 되는 그림이 있다.
물통에 물을 받고 다시 그려보려 심호흡을 해도 시작하는 것이 영 쉽지가 않다.
붓과 팔레트를 든 채로 몇십 분을 앉아서 멍하게 보기도 하고 그 옆을 지나다 힐끔힐끔 눈치 보기도 한다. 이윽고 요리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쪽으로는 시선조차 두기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그저 진행 중이던 미완성 작업이 어느 순간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하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는 멈추지도 않고 질문을 한다.
‘하고 싶은 건 뭐야?’
‘뭘 잘해?’
‘너의 삶에 만족하니?’
‘지금까지는 뭘 했지?’
그리고는 뽀얀 먼지를 쌓아가며 묵묵히 기다린다.
들고 있는 붓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저 질문들에 답할 수 있기 전까지는 그림을 완성할 수 없게 될까? 아니면 완성하지 못한 채로 두게 될까?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그려지는데 앞에만 앉으면 손이 멈춰 선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남에겐 하기 쉬운 말이 나에겐 참 어렵다.
매일 같이 조급하고 한 것은 없는 것 같은, 이런 날들이 계속되는 것에 숨이 찬다.
속도는 느린데 숨이 찬다니 이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바닷가 근처에 바람을 쐬러 갔다가 원래 가려던 식당이 닫혀 있어 맛 집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근처 도로변에 있는 바지락 칼국수 집에 가게 되었다. 별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생각보다 큰 통 창 너머로 보이는 시원한 바다와 실용적인 조형물의 조화가 새삼 감탄스럽다. 그리고 보이는 숫자 ‘30’ 너무나도 느리지만 중요한 속도다. 혹시 무엇과 부딪히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을 정도의 속도. 힘을 완전히 빼는 것도 주는 것도 아닌 속도. 마냥 느리기만 한 속도는 아니라서 어렵다.
어느 방향을 선택해 가더라도 그 길 위에는 고속도로도 있을 것이고 60,30의 구간도 있을 것이다. 속도를 줄이게 되더라도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가는 것.
오늘은 음... 20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