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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15.2023

by 한우주

우리는 이미 혼돈의 바다인 삶에 이토록 외롭게 내던져진 존재이다.

제대로 된 닻 하나 갖추지 못한 채 어렵게 구한 나무 조각을 부여잡고 둥둥 떠간다.

모두가 그러한데 이 혼돈 속 정체 모를 불안에 튼튼하고 안전하다 믿는 커다란 사다리를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세울 수도 없는 바다 위에 사다리를 세우고,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이 사다리, 가장 꼭대기에 자신을 꽁꽁 묶는다.

그리고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나만은 안전하다. 저 아래 구물거리는 것과 나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양옆으로 흐르는 혼돈의 바다만 그대로 존재할 뿐

위로, 아래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그대이고 그대가 나 인 것을 알지 못한다.



+

새해 들어 예쁜 보랏빛의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공교롭지만 보랏빛의 책을 읽고 있군요. 보라색 사랑하지만 우연입니다. 에헴.

아무튼 두 권의 책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제목 정말 잘 지었네요. 다정한 것은 살아남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과학 서적인데,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저한테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 읽히네요. 말이 안 되게 쓴 이 문장은 책을 읽어보시면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래간만에 이마를 탁, 무릎을 퍽, 와와 감탄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미 읽으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어떤 정보도 다 배제하고, 읽다가 번역체에 답답함이 밀려와도 멈추지 마시고 꾸욱 참고 끝까지 에필로그까지 다 읽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위에 글과 그림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떠오른 한 장면을 스케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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