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ㄷㄴ에 걸리나요?

by 한우주

워낙에 물을 마시지 않던 녀석이라. 갑자기 물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건강해지는 신호인 줄 만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물을 마시니까 밥을 적게 먹는다. 그러더니 화장실을 연신 들락날락하고 하룻밤 사이에 비쩍 말라 보일 정도로 살이 빠졌다. 이 정도면 알아야 한다. 이건 심각하다는 걸.

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내일 가장 빠른 시간을 예약하고 싶다고, 근데 가장 빠른 시간이 12시. 일단은 별일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잘 자고 일어나 혹시 모르니 미리 가보자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가면 세상은 아픈 이들만 있는 듯하다. 앉을자리 없이 사람과 강아지, 고양이들이 가득하다. 장고와 나도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예상보다 일찍 불러진 이름. 나름 세세한 설명을 들은 의사는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자 했다. 그리고 한 삼사십 분을 기다렸을까. 다시 장고의 이름이 불려진다. 문 열고 들어가니 탁자 위에 종이 한 장이 눈에 띈다. 거꾸로 읽어도 입원 동의서다. 손에 땀이 난다. 의사표정이 어둡다.

"일단은.. 보호자님 장고가 당뇨네요. 제가 검사지 보면서 설명드릴게요."

? ? ?

머릿속이 하얘진다.

당. 뇨?

당뇨? 왜지? 뭐지? 당뇨.. 당이 소변으로 나오는 거지. 아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수많은 물음표가 뇌를 가득 채운다. 컴퓨터 화면 속 검사지에는 알 수 없는 영단어 옆에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어떤 것은 붉고 어떤 것은 파랗다. 한참을 설명해 주는데 내 머리가 부족한 건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요 보호자님. 24시간은 입원을 해서 혈당곡선을 그려봐야 할 것 같거든요."

그리고, 돈이 더드는 쪽과 돈이 덜 드는 쪽 편한 쪽과 덜 편한 쪽을 선택한다.

퇴원은 내일 오후 4시. 그 이후부터는 평생 갈지도 모르는 인슐린 주사 투여를 내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럼 가시기 전에 면회하고 가시겠어요?"

아- 입원했으니 면회구나, 갑자기 잡혀 들어갔으니 장고도 놀랬겠지 인사는 해줘야겠다. 울지 말아야지 뭐 지금 당장 어떻게 된다는 거 아니니까. 장고는 이미 잔뜩 긴장해 있다. 모서리 구석에 처박혀 미동도 없다. 싱거운 인사를 마치고 나와 멍하게 차에 올라탄다. 시동은 걸지 않는다. 이제 시작인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