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애인의 남자
파티에 나타난 카밀의 목숨을 다시 구해준 본드는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볼리비아 경찰의 단속에 걸려 트렁크를 열지만 그곳에는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매티스가 묶여 있었다.
매티스의 친구인 줄 알았던 볼리비아의 경찰국장은 사실 도미닉 그린에게 매수된 사람이었다. 매티스는 본드의 품에 안겨 죽기 전에 본드에게 베스퍼와 자신을 용서하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본드와 카밀은 퀀텀 조직이 노리는 땅을 답사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볼리비아 사막을 비행하던 중 볼리비아 전투기의 공격을 받고 추락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막을 횡단하던 중 퀀텀이 노리던 것은 볼리비아의 담수 공급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M은 외무장관으로부터 석유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미닉 그린을 괴롭히지 말고 본드를 철수시키라는 압력을 행사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 메인 사진으로 나올 만큼 중요한 사막의 워킹 장면은 아타카마 사막의 작은 마을 Baquedano, Sierra Gorda Antofagasta에서 촬영했다. 우선 아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볼리비아가 아니라 칠레 북부에 있는 사막이다.
이번에는 위성사진으로 이곳을 확대해서 보자. 보시다시피 정말 황당한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조금 더 확대하면
이쯤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똑똑한 사람이라면 뭔가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황당한 곳에 가서 촬영할 정도인데 촬영팀은 왜 볼리비아에서 촬영을 하지 않았을까? 영화에 나오는 내용처럼 볼리비아는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참! 아타카마 사막의 면적은 105,000 km², 우리나라의 면적은 100,210 km²이라는 사실을 참고로 알고 있으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된다.
사막 한가운데의 길게 늘어선 건물은 ESO 호텔이다. 정식 명칭은 ESO Hotel at Cerro Paranal. 이곳 건물은 원래 이곳에 있던 파라날 천문대의 부속 건물로서 2002년 호텔이 건설되었다.
ESO는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의 약자, 사막과 하늘을 관찰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일반인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가이드 투어는 가능하다. 이곳 주변의 지형이 화성과 닮았다고 해서 화성의 보드 하우스라고도 한다.
더 궁금하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https://www.eso.org/public/news/eso0205/
한편 카밀과 함께 라파즈의 호텔로 돌아온 본드는 M을 만나고 필즈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결국 CIA의 공격까지 받게 된 본드는 카밀과 함께 다시 사막으로 돌아간다.
도미닉 그린은 볼리비아의 부패분자 경찰국장과 차기 볼리비아의 지도자로 내정된 메드라노에게 뇌물을 주고 땅의 대가와 수도의 독점 공급자 계약을 체결한다.
본드는 매티스를 죽인 경찰국장을 죽인 후 도미닉 그린까지 생포하고, 카밀은 부모의 원수 메드라노를 총으로 쏴 죽인다.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엔딩 장면 하나를 위해서 여기까지 이어왔다. 본드가 사랑했던 첫 여인 베스퍼 린드(Vesper Lynd), 그리고 베스퍼 린드의 전 연인 유세프 카비라(Yusef Kabira)…
https://www.youtube.com/watch?v=FDsomYdPvTA
본드는 유세프를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 속을 걸어 멀어져 간다.
베스퍼의 목걸이를 눈밭에 던져버린 채…
작가 이언 플레밍은 quantum of solace가 0이 될 때 인간성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그 관계는 끝이 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Quantum of Solace’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이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동정심과 배려가 아니었을까?
본드가 총을 겨누었지만 끝내 죽이지 못한, 아니 죽이지 않은 유세프는 본드에게 마지막 남은 0이 되기 직전의 Quantum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캐나다의 비밀 요원 캐런에게 진실을 알려주며 베스퍼에 대한 환영을 떨쳐버렸고 마지막 남은 미련마저 눈밭에 던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가는 별 1개도 주기 아까울 정도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환경 보호’라는 - 누구나 공감하지만 거대하고 무거운 주제는 영화가 주는 엔터테인먼트와 공존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두 마리의 토끼 모두 놓쳐버린 망작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본드걸 카밀(올가 쿠릴렌코, Olga Kurylenko)에게 킬빌의 우마 서먼과 같은 슈퍼우먼의 액션을 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007 시리즈의 히어로는 제임스 본드 한 사람이어야 하고 그 한 사람을 위해 영화의 내용이 채워져야만 했다.
지치고 짜증 날 정도로 장소를 바꿔가며 이어지는 액션신은 전편 ‘카지노 로얄’에 비해 더 많은 제작비를 소모하게 만들 뿐이었고 이로 인해 이 영화를 3류 액션 영화로 전락시켜 버리고 말았다.
혹자는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이 전편에 비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결과를 들먹이며 항변할지는 모르지만 ㅡ 그 흥행에 기여한 사람은 전편의 감동에 홀려 흥행에 도움을 준 것일 뿐 스크린을 떠나는 순간 자신의 눈을 다시는 뜨고 싶지 않을 정도의 모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내막은 생략하고 싶다. 내가 즐기지 못한 영화에 대한 소개를 계속한다는 것이 역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에 대한 소개 역시 생략한다.
PS. 역겨웠던 장면이 있다.
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를...
이렇게 만들어서
이 난리를 치며
이런 식으로 죽이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미 1964년 <골드핑커>에서 보았던 장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