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화양연화> 불륜의 시작
왕자웨이 감독의 검은 선글라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스스로 말하기를 ‘어느덧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한다. 하지만 보통 안경을 쓴 모습도 꽤 미남이다.
아래 사진은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촬영 당시 주인공 장국영과 함께 찍은 모습이다. 장국영보다 2살 더 어린 왕자웨이가 마치 형처럼 느껴진다.
<화양연화>를 칭송하는 영화 팬들이 무척 많다. 실제로 2016년 BBC에서 전 세계 영화평론가 177인의 투표를 거쳐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을 선정했을 때 2위를 기록했다. 미국 CNN의 경우 2009년 역대 최고의 아시아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왕자웨이 감독이 <화양연화>를 발표하기 전의 영화 아비정전(1990년),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년), 해피투게더(春光乍洩 Happy Together 1997년) 등에서 보여준 영상미, 퇴폐미, 허무, 고독 등은 이미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90년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서구까지 영향을 미쳤다.
잠깐 외도를 해서만든 향수 CF 작품 하나를 감상하자, 영상미뿐만 아니라 모델로 등장한 배우 에바 그린도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추억의 영화 <화양연화>를 재현하기 위해 홍콩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주 가던 곳이 있었다. 바로 두 주인공이 만나던 레스토랑 金雀餐廳 GoldFinch Restaurant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가더라도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레스토랑 이름도 香港情 Nostalgia로 바뀌었고 인테리어도 전부 현대식으로 변모했다. 다만 메뉴 몇 개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커피를 마신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오는 삽입곡은 Not King Cole이 부른 'Aquellos Ojos Verdes'이다. 스페인어로 녹음된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하는 것도 두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 고요한 초록빛 눈으로 영원한 사랑의 갈망 애정을 표시하고 싶어요
다정한 입맞춤과 부드러운 말로 모두에게 더 많은 사탕을 나누어주었지
호수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초록빛 눈 언제라도 나를 진심으로 바라 봐 주었는데
나의 영혼으로부터 지워버렸다고 하면 그는 슬퍼하면서 내게 키스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