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양연화> 질투
장면이 바뀔 때마다 첸 부인의 치파오가 달라진다. 주인공 장만옥이 영화에서 입는 치파오는 모두 21벌이다. 이 중에서 10벌은 종이로 만든 의상이다. 옷의 질감이 유독 화려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같은 골목길을 걷고 있지만 앞모습과 뒷모습이 바뀔 때마다 그녀의 치파오가 다른 옷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진전한다. 팔목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신체적 접촉을 하고, 이어지는 손가락 터치와 이에 대한 첸부인의 옅은 미소는 점점 갈등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두 남녀의 감정은 복잡하게 변해간다.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이라는 현실 속에서 질투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레스토랑에 입은 치파오의 칼러가 Green으로 변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Green의 의미는 '질투'이다. 심지어 레스토랑의 메뉴판과 차우의 등 뒤로 보이는 조명조차도 Green이다. 또한 Green은 '불륜'의 상징이기도 하다.
치파오와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한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 사람은 왕자웨이 감독의 오랜 친구 장숙평(張叔平 William Chang) 미술 감독이다. 그는 단순한 미술 감독이 아니라 영화의 최종 편집까지 간섭할 정도로 스크린의 아름다움에 절대적으로 공헌했다.
장만옥의 치파오는 같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쓸고 있는 도중에도 바뀐다. 초록색의 치파오가 보라색 치파오로 바뀌는 것이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의 혼합색이다. 따라서 현실과 미지의 공간 속을 헤매는 비밀스러운 꿈과 환상을 일깨워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같은 칼질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스테이크의 종류도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 번의 식사가 아니라 이미 여러 번 식사를 했다는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입은 치파오의 색은 푸른색이다. 푸른색은 불안한 마음이나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심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레스토랑에서의 밝은 기분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부터 두 사람은 이미 불안한 마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첸부인의 대화도 퉁명스럽게 변하고 시선도 외면하고 차우가 잡으려는 손길도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