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이해하는 중국이야기

5. <화양연화> 갈등

by 발길 가는대로

영화 <화양연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보다 10년 전에 제작된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을 감상할 필요가 있다.


<아비정전>이 프리퀄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화양연화>의 여주인공 이름 소려진(蘇麗珍, 리첸)이 <아비정전>의 여주인공 장만옥의 이름과 같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2004년에 만들어진 영화 <2046>에서 소려진은 장만옥에서 공리(巩俐)로 바뀌지만 양조위는 주모운(周慕雲)으로 등장하여 세 영화가 왕자웨이의 3부작(Trilogy)으로 완성된다.

영화 2046의 포스터

영화 <아비정전>은 사실 홍콩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흥행에 참패한 작품이다. 당시 유행하던 홍콩의 누아르 영화가 아닌 것에 실망한 관객들은 환불까지 요구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것이 포스터의 제목 傳을 戰으로 황당하게 바꾸었다.

황당한 제목의 아비정전 포스터

두 사람은 마작을 하는 주인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에 갇혀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물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화에서 표현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식사는 차우가 밖에 나가 포장해 온 음식으로 때운다. 이는 홍콩 사람들의 식생활 문화이다.


좁디좁은 집에서 굳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인집 주방을 빌려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콩의 서민들이 모여사는 골목에는 지금도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홍콩의 외식 문화

주인공 양조위(梁朝偉 량차오웨이 Tony Leung Chiu-Wai)는 이 영화로 53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래 사진은 칸에서 수상한 양조위의 모습이다. 사실 그 옆에 팔짱을 끼고 있는 모니카 벨루치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영화의 각본은 왕자웨이 감독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은 홍콩의 작가 류이창(劉以鬯)이 1972년 <星島晩報>라는 신문에 발표한 장편 연재소설 <對倒>에서 가져왔다. 영화의 도입부 자막이 전부 이 소설에서 나오고 있고 두 남녀의 애정사도 소설의 일부 내용과 겹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정작 왕자웨이 감독은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은 이 영화의 모티브를 일본의 작가 고마스 사쿄(Komatsu Sakyo小松左京)의 4쪽짜리 단편 소설 <순정 殉情, Death to Love>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소설 속의 두 주인공은 영화에서 처럼 좁은 골목길에서 엇갈리는 만남을 하고 서로의 배우자가 내연 관계인 것을 알고 갈등하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결말은 전혀 다르다. 소설 속의 남녀는 산속의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두 사람의 배우자도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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