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의 숨겨진 이야기

3. 네루다의 영화

by 발길 가는대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10km 떨어진 이슬라 네그라의 네루다 집은 현재 네루다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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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에 지어진 이 집은 네루다의 수많은 컬렉션과 장식품으로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이 집의 주위에 네루다와 그의 세 번째 아내 마틸드 우르루티아(Matilde Urrutia)가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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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네루다가 살았던 집은 칠레에 두 곳이 더 있다.


산티아고 바리오 벨라비스타의 중심부(주소: Fernando Márquez de la Plata 0192) 산 크리스토발 언덕 기슭에 있는 파블로의 집 라 차스코나(La Chascona)는 1953년에 토지를 매입하여 아내 마틸드 우르루티아에게 헌정하였다. 차스코나는 칠레식 표현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머리카락’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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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또 다른 집 라 세바스티아나(La Sebastiana)는 산티아고에서 서북쪽 120여 km 지점에 있다.


1959년에 구입한 이 집은 네루다가 친구들에게 발파라이소에 집을 구해달라고 하면서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지만 지상에 잘 깔려 있는 집”을 원한다고 했다. 네루다의 사망 후에 버려졌지만 1991년에 복원되어 현재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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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 포스티노’는 네루다가 이탈리아로 망명하면서 로마를 거쳐 나폴리 앞바다의 작은 섬에 망명지로 거주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이탈리아 당국의 허가 없이 섬을 떠나지 못한다는 조건으로 망명을 허락받았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장면은 하나의 섬(칼라 디 소토)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아래와 같이 세 군데의 섬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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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리오 루폴로는 훗날 그의 아내가 될 여자의 숙모가 말한 영화 속 표현처럼 “가진 것이라고는 발톱 사이에 낀 때 정도밖에 없는 가난한 청년”이다.


섬에서 태어난 숙명 때문에 어부가 되는 길 외에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없었지만 배를 타면 코를 훌쩍이는 감기에 걸려 노년의 부친이 잡아오는 생선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없이 무능하고 구차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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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작은 우체국은 네루다에게 보내져 오는 많은 양의 우편물을 배달할 전담 우체부가 필요했고, 어부가 되기 싫어했던 마리오는 기꺼이 우체부가 되어 네루다의 ‘일 포스티노(포스트 맨)’ 가 된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던 우체국장은 네루다를 위대한 사회주의자로 여겼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던 마리오는 네루다를 매혹적인 연애 시로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는, 오직 여자들에게만 인기가 좋은 시인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그는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할 때, 섬에 사는 여자들에게 ‘네루다와 잘 아는 사이’ 임을 자랑하고 싶어 네루다의 책에 서명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네루다의 시집을 읽으며 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말하는 시의 ‘은유’에 대해 도무지 이해를 못 했다.

네루다는 은유를 이렇게 가르쳐 준다.


“하늘이 운다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이지?”

“비가 온다는 것이죠.”

“맞았어, 그런 게 ‘은유’야.”


마리오는 자신도 네루다처럼 시를 쓰고 싶어 졌지만 그는 시인이 되고 싶은 목적이 아니었다.

“나도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냥 우편배달부로 있는 게 좋을 거야. 많이 걸어 다니니까 최소한 살이 찌지는 않겠지.”

“하지만 시를 쓰면 여자들이 좋아하잖아요. 어떻게 시인이 되셨어요?”

“해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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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는 네루다와 거듭되는 만남을 통해 함께 해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또 마리오는 잠 못 이루는 밤에 창가에서 바다를 보며, 또 어떤 때는 혼자서 해변을 걸으며 시를 골똘하게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시인이 되어 갔다.


이즈음 마리오는 마을의 바에 있는 ‘베아트리체 루소’라는 아름다운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네루다에게 조언을 구한다.

“사랑에 빠졌어요.”

“사랑엔 치료약이 없어”

“아니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이대로 아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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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Ardiente paciencia”의 배경은 칠레 이슬라 네그라에 있는 네루다 집을 찾아오는 우편배달부와 우연하게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마리오는 위대한 시인의 책에 자필 서명을 받기 위해 그 주위를 맴돈다. 원작에서는 이러한 마리오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마리오는 몇 번이나 시집을 들이밀려고 했다. 그러나 시인이 편지를 거두어들이는 굼뜬 동작, 후한 팁을 내미는 날렵함, 자기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듯한 모습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지어 두어 달 동안은 초인종으로 쓰는 종을 칠 때마다, 절묘한 시구를 빚어낼 찰나에 있는 시인의 영감을 살해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에서 베아트리체의 숙모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베아트리체의 과부 엄마로 나오는 여인의 방해 또는 경계하는 모습 역시 매우 비슷하다. 마리오가 자신의 딸을 유혹하는 모든 이유는 네루다의 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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