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선데이>의 숨겨진 이야기

3. 슬픈 사랑과 죽음

by 발길 가는대로

독일의 성공한 사업가 한스는 자신의 80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아내와 가까운 친구들을 데리고 부다페스트 골목 안에 있는 레스토랑 자보(Szabó's)를 방문한다.


60년 만에 이곳을 찾은 한스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에게 “이름이 바뀌지 않았군”하며 자신이 레스토랑의 원래 주인 자보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과거 자신이 좋아하던 요리 “비프 롤(Beef Rolls)”을 즐기던 한스는 레스토랑의 연주가(바이올린과 피아노)에게 팁을 주며 이곳의 유명한 노래를 신청한다.


음악이 바뀌며 노래가 연주되는 것과 동시에 영화 제목 “Gloomy Sunday(Ein Lied von Liebe und Tod)가 자막으로 소개된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한스는 진열되어 있는 액자 속 어느 아름다운 여인의 흑백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는다. 이때 지배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외친다.


“이 노래는 저주받았어요.”

“사랑을 위해 쓰인 곡이지만 그녀에겐 그랬어요. 60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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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30년대 말>


레스토랑의 주인 라슬로 사보와 그의 아름다운 연인이자 웨이트리스인 일로나(사진 속의 여인)는 레스토랑의 새로운 피아노 연주가를 채용한다.


이때 사보와 일로나가 나눈 대화 속에 다른 레스토랑의 이름 하나가 등장한다. 아마도 부다페스트의 대표적인 레스토랑을 말하는 듯하다. (영화 내내 4번 정도 등장한다)


“훌륭한 레스토랑에는 피아노가 있어야지”

“건델 레스토랑에는 집시 밴드도 있어요”

“미국 여행객은 헝가리 식당엔 집시 바이올린 연주자가 꼭 있는 줄 알아, 건델은 요즘 동물원 코끼리까지 가져다 쇼를 한다더군. 그 냄새를 맡으면 수족관의 잉어조차 자살하고 싶어 질걸”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건델 레스토랑은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부다페스트 최고의 레스토랑 중의 하나이다. 현재는 미국인이 인수하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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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의 말은 어쩌면 1866년 건델이 오픈할 당시 부다페스트 동물원 옆에 있었다는 것을 비꼬는 내용일 수도 있다.


당시 이 일대의 공원은 부다페스트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고 건델은 공원 방문객을 위한 대형 식당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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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피아노 연주가로 채용된 안드라스는 일로나와 사랑에 빠지고, 일로나는 이를 질투하는 사보까지 사랑하고 있어 세 사람의 이상한 연애 관계가 형성된다.


일로나의 양다리 연애에 괴로워하던 안드라스는 일로나의 생일을 맞이하여 ‘글루미 선데이’라는 음악을 작곡하여 연주하지만, 같은 날에 생일을 맞이한 독일인 청년 한스는 일로나를 사랑하여 청혼을 하지만 거절을 당하자 다뉴브 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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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어 목숨을 건진 한스는 베를린으로 돌아가고 ‘글루미 선데이’는 비엔나에서 녹음되어 점점 대중의 인기를 얻는다.


‘글루미 선데이’의 우울한 멜로디는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이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자살을 유도하는 음악’으로 알려져 더욱 유명세를 타고 언론의 취재까지 받는다.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일로나의 양다리 사랑에 괴로워하던 안드라스는 그동안 작곡해 놓은 것을 들고 다리 위에서 찢어 버리지만 다행히 이를 발견한 사보와 일로나에 의해 저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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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를 침공하고 한스는 부다페스트의 유대인을 체포하는 나치의 친위대 대령이 되어 나타난다.


사업가 기질을 발휘한 한스는 유대인들의 자산을 빼앗고 전쟁이 끝난 후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유대인들은 뇌물을 받는 대가로 살려주면서 자신의 미래를 도모한다.


어느 날, 사보의 레스토랑에 동료 친위대 장교와 함께 찾아온 한스는 안드라스에게 ‘글루미 선데이’를 연주하기를 강요하지만 안드라스는 이에 응하지 않는다. 이에 한스는 시계를 보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촉즉발의 순간 기지를 발휘한 일로나가 안드라스가 작사한 미완성의 ‘글루미 선데이’ 노래를 부르자 안드라스가 노래에 맞는 반주를 시작하지만 연주를 마친 안드라스는 한스의 총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고 자살하고 만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tcidZKSdk

안드라스의 장례식날 라보와 일로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사보는 레스토랑의 명의를 일로나에게 넘겼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독약이 든 병과 안경, 일로나에 대한 사랑을 담은 편지를 피아노에 남겨두는 순간 나치에 체포된다.


사보가 체포된 것을 알게 된 일로나는 한스에게 찾아가 사보의 안전을 부탁한다. 하지만 한스는 이를 미끼로 일로나의 옷을 벗기고 성욕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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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나의 부탁을 배신한 한스는 사보를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열차에 태우고 엄청난 재물과 함께 독일로 떠난다.


전쟁이 끝나고 세월이 흐른 후, 홀로 남은 일로나는 임신한 몸으로 안드라스의 묘지 앞에서 다시 레스토랑의 문을 연다고 알린다.


<현재>


라보 레스토랑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죽은 한스의 죽음을 취재하는 기자들로 북적인다. 언론에서는 지난 전쟁에서 ‘천 명의 헝가리 유대인을 구한 정의로운 사람’으로 한스를 소개한다.


다시 조용해진 레스토랑에서 지배인은 샴페인 두 잔을 들고 부엌에서 그릇을 씻고 있는 늙은 노모(일로나)에게 다가간다. 일로나는 ‘글루미 선데이’를 콧노래로 부르며 독약이 든 병을 씻어내고 있다.


일로나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레스토랑의 지배인이 누구의 아들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의문에 대해 영화는 해답을 주지 않지만 젊은 한스의 역할을 맡은 배우(Ben Becker)가 늙은 한스의 역할을 맡은 배우(Rolf Becker)의 친 아들이기 때문에 일로나의 아들은 한스의 아들인 것이다.


중년의 호텔 지배인 역할을 맡은 배우는 András Bálint이다. 그의 손에 든 샴페인은 프랑스 샹빠뉴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멈 그랑 꼬르동(G.H.MUMM, Grand Cord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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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가 여자 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하면서 마셨던 샴페인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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