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이해하는 중국이야기

2. <와호장룡> 어린 도둑

by 발길 가는대로

영화는 아름다운 중국의 촌락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안후이 성 홍촌(宏村)의 모습이다.

이곳은 중국 최고의 절경 황산(黄山)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홍촌의 모습

나는 2019년 여름,

지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가 대나무밭 촬영지 목갱죽해(木坑竹海)는 직접 보았지만,

첫 장면의 마을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목갱죽해는 이미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많이 망가져 있었다.


내가 어릴 때 보았던 무협 소설이나 무협 영화는 거의 다 홍콩이나 타이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시의 중화권 무협물은 사무라이 영화로 버티고 있던 일본 영화를 누르고 아시아 영화 시장을 휩쓸었다.


초기의 홍콩 영화계는 공산 정권을 피해 피난 온 상하이 출신들이 주도를 했다.

당시의 영화계는 상하이가 주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콩에 정착하기 시작한 상하이 출신들은 점차 홍콩화 되어 갔다.

이러한 사정은 타이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주류들도 결국은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나자 새로운 무협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용(金庸), 양우생(梁羽生) 같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용의 <벽혈검>, <사조영웅전>, 양우생의 <백발마녀전> 등 우리가 최근에 보았던 동명의 영화들은 전부 리메이커 한 것이다. <사조영웅전>의 경우 5차례나 리메이커 되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홍콩에서 쇼 브라더스 같은 제작사들이 자리를 잡고 타이완에서도 집권당인 국민당이 직접 영화 제작에 투자하면서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들이 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타이완의 3대 제작사가 모두 정부 소유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한 배우가 바로 호금전(胡金銓 King Hu)이다.

데뷔 당시의 호금전 모습


베이징 출신의 그는 급작스레 홍콩으로 피난을 왔기 때문에 광둥어를 할 수 없어 좋은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 겨우 영화사에 날품팔이로 들어갔다.


얼떨결에 감독의 눈에 뛰어 배우로 데뷔했지만 출연작마다 흥행에 참패했고 감독으로도 데뷔를 했지만 이 역시 실패의 연속이었다.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쇼 브라더스의 회장이 '무협 영화나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떠냐'라는 제의를 했다.

1966년 그가 처음으로 만든 영화 <대취협 大醉俠>은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아시아 영화계에서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를 제치고 홍콩의 무협물이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방랑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어 크게 인기를 얻었다.

1967년에 방영된 같은 영화이지만 제목은 달랐다

위의 사진에서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포스터의 좌측 상단에 출연 배우 '첸 페이페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영화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그녀의 중문 이름은 정패패(郑佩佩)이다.

바로 영화 <와호장룡>에서 '푸른 여우', 장쯔이가 분한 옥교룡의 유모이자 무예 스승 역할을 맡은 배우이다.



한편 타이완에는 상하이에서 건너온 장철(張徹 Chang Cheh 본명 장이양 張易揚)이 있었다.

그는 타이완에서 별 볼일 없는 무협 영화 몇 편을 만든 무명의 감독이었다.

호금전이 만든 <대취협>이 빅 히트를 치자 홍콩으로 건너가 쇼 브라더스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무협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의 장철 감독

1967년 장철 감독이 만든 영화는 왕우(王羽)가 주연한 <독비도 獨臂刀>였다.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치고 <대취협>의 인기를 뛰어넘을 정도로 아시아 영화계를 흔들었고 연속으로 3편의 시리즈 영화가 등장했다.

돌아온 외팔이라는 한국어 제목의 영화 포스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무협의 세계로 들어간다.

청명검을 훔친 작은 도둑 옥교룡,

그리고 밝혀지는 그녀의 무예 스승의 정체 등으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베이징 고성의 밤하늘을 배경으로 무용으로 단련된 두 여배우 유수련 역의 양자경과 옥교룡 역의 장쯔이가 화려한 무술 장면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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