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이해하는 중국이야기

1. <와호장룡> 무협의 새로운 해석

by 발길 가는대로

무협((武俠)이란 무술과 협의(협객의 의리)를 의미한다.


여기서 협(俠)은 '사람'인(人)과 '겨드랑이에 낄' 협(夾) 자가 더해진 글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약한 사람을 끼고도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협객(俠客)은 호방하고 의협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는 곧 공권력을 대신하여 어렵거나 억울한 사람들의 일을 무력을 사용해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러한 협객의 의미는 은원관계를 중요시하고 자신의 벗이나 은인이 위험에 처하면 그것이 설령 나라의 법령에 어긋날지라도 두려움 없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며 그로 인해 쫓기며 떠돌아다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영토가 광활한 중국 대륙은 국가의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러한 협객이 등장하여 백성을 수탈하거나 괴롭히는 도적, 탐관오리 등에 대항했기 때문에 이들 협객은 점점 영웅시되어 갔다.


이러한 협객이 등장하는 중국 무협에 대한 추억은 내가 어릴 적부터 꿈꾸어 오던 환상의 세계였다.


특히 명절날이면 형과 누나들의 손에 이끌려 보러 갔던 무협 영화 - <방랑의 결투>,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를 보면서 점점 구체화되었고, 중학생이 될 무렵에는 무협지(무협소설)를 읽으며 점점 무협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소룡과 성룡이 나오고 어느새 주윤발이 등장하면서 무협의 세계는 칼과 검에서 총으로 바뀌었다. 대륙 중원에 존재하던 강호(江湖)의 세계는 순식간에 뒷골목 누아르로 교체되어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 날,

총잡이 주윤발이 총 대신 칼을 들고 나타났다.

2000년에 나온 영화 <와호장룡 臥虎藏龍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니!!

와호장룡의 포스터

감독 리안(李安, Ang Lee)이 만든 영화는

정파와 사파 간에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이나 처참한 복수도 없었고,

주인공이 무술을 익히며 겪여야 하는 고된 수련의 과정도 없는 새로운 장르의 무협 영화였다.


대신 영화는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란한 경공술과 검법으로 무협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좋아했기에,

그래서 너무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던 리안 감독은 이런 무협 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전에 그가 만들었던 영화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등은 코믹 멜로 영화였다.

그런 사람이 이런 멋진 무협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형편없는 번역 자막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에 대한 감동은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영화로 2001년 영국 아카데미와 미국 골든글로버와 아카데미에서 잇따라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러한 수상 경력은 엄청난 흥행 수익으로 보답을 받았다.

현재까지 북미권에 개봉된 비영어권 영화 흥행 성적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영화로 이해하는 중국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