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로 이해하는 중국이야기

4. 애국 청년들

by 발길 가는대로

영화는 영화의 시작 4년 전으로 돌아가 1938년 광저우(廣州)의 대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홍콩) 이동을 하면서 전장으로 출장하는 군인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주인공 찌아즈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광조우의 영남대학(岭南大学, 嶺南大學)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트럭 위.jpg 트럭 위의 광위민


당시 이 대학은 일본군의 침입으로 홍콩으로 이주하여 홍콩대학의 일부를 임대하여 운영되다가 1942년 홍콩이 일본군의 침략을 받자 다시 광저우로 이전했다.


하지만 종교적 배경 즉, 선교사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이유로 1952년 중국 공산 정부에 의해 폐교당했다. 이후 졸업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1967년에 홍콩에 다시 학교가 설립되고 홍콩영남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운영되고 있다.


트럭에 타고 있는 여주인공 왕찌아즈(王佳芝, 탕웨위)는 다른 트럭에 있는 한 남자 (광위민, 鄺裕民, 왕리홍)을 쳐다보고 있는데,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트럭위의 찌아즈.jpg 트럭에서 광위민을 바라보는 찌아즈

영화의 내용 중에 어두운 극장 안에서 찌아즈가 눈물을 흘리며 흑백 영화를 보고 있다.

모자를 쓴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오는데,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지만 남자 배우는 레슬리 하워드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1939년에 제작된 영화 <인터멧조 Intermezzo> 임이 틀림없다.


리안 감독이 영화 속에 영화를 선보이는 것은

이 영화가 10점짜리 우수한 영화라는 사실 외에도 분명 복선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어린 딸의 피아노 선생이 유부남과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영화의 제목 인터멧조가 오페라의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짧은 간주곡이라는 제목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레슬리 하워드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비비안 리가 사랑하는 고향 오빠 애슐리 역을 맡은 배우이다)


영화에서 광위민이 주축이 되어 찌아즈와 동료들이 군중들 앞에서 애국적인 내용의 연극을 하는데 연극을 보던 관객들이 갑자기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번역된 자막은 "나라를 지키자!"이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외치는 함성은 "中国不能亡!"이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연극무대.jpg 찌아즈의 첫 연극 무대


영화는 시간이 흘러 연극 공연에 대성공을 거둔 학생들이 뒤풀이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비를 맞고 떼창을 부르며 거리를 활보한다.


이들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는 <졸업의 노래>이다.

노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이들이 어느새 졸업반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뒷풀이 행진.jpg 뒤풀이 행진

영화 <색, 계>는

리안 감독이 타이완에서 <쿵후선생>,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3편의 영화를 잇따라 발표하고

명성을 얻은 다음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센스 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와호장룡>, <헐크> 등의 영화로 아카데미상은 물론 세계의 온갖 영화제에서 이름을 날린 후,

다시 중화권으로 넘어와 만든 영화이다.


2007년 9월에 타이완과 미국에서 먼저 개봉하고 우리나라는 11월에 개봉했다. 러닝 타임이 157분이지만 이는 각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다른 이유는 짐작이 가는 그 이유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1,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6,7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으니 꽤 성공한 영화축에 속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우선 모국인 타이완의 영화제에서 8개 부문의 금마장을 휩쓸었고,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이다.

하지만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은 장아이링은 끝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는 신비롭고 비밀에 싸여 있었던 방첩기관 76호의 대장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이토록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그녀의 주위에서 분명 알려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녀의 동거남(남편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후란청이 분명해 보이지만 이 역시 당사자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짐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건은 분명히 있었다.


실제 사건이 알려진 것은 1939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2월 21일 오후 상하이의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던 러시아 모피점 앞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총격의 대상은 76호의 수괴 딩모춘(丁默村)이었지만 그를 향했던 총알을 허공을 갈랐고 단지 그를 태우고 달아나는 차량에 몇 발의 총탄 자국을 남겼을 뿐이었다.

Ding_Mocun2.png 딩모춘의 실제 모습

총격 사건 이후 상하이에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수사와 검거가 시작되었고,

딩모춘과 함께 번화가에서 데이트하던 그의 애인 정핑루(郑苹如)도 76호의 감옥에 투옥되고 말았다.

Zheng_Pingru_02.jpg 정핑루의 실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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