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수밭>으로 중국 이해하기

4. 명주의 탄생

by 발길 가는대로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뇌리에 남는 것은 '붉은색'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시작되는 붉은색의 향연은 영화 내내 등장하는 강렬한 색이다.


중국에서 '붉은() 색'은 행운과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색이다. 그래서 결혼식 혹은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무대의 배경은 항상 붉은색으로 꾸며진다.


장이머우 감독은 이 영화에서 유독 붉은색을 강조한다. 어쩌면 영화의 내용보다 영화가 보여주는 서사적인 이미지가 더 강렬하게 남는다.


사실 아무리 붉은 수수로 만들었다고 해도 구순이 양조장에서 만든 18리 홍주(十八里红酒)가 영화처럼 붉게 나올 리는 없다. 아마도 장이머우 감독은 색소를 첨가하여 붉은 피처럼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까오미에 가면 기념으로 만들어 팔고 있는 술이다. 실로 엄청나게 큰 항아리 술이다.

7_술항아리.jpg


장이머우가 이처럼 붉은색 미장센을 강조한 것은 그가 카메라 촬영을 전공한 것과 무관한 것 같지 않다.


한국에서 IMF가 진행되던 시기에 베이징의 자금성에 특설 무대를 만들어 공연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장이머우가 만든 무대는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온통 붉은색의 향연이었던 것이다.

7_투란도트.jpg 장이머우 연출의 투란도트 무대

술이 익자 가마꾼 위진아오의 말처럼 이전보다 훨씬 맛 좋은 술로 빚어졌다. 구순이가 18리홍(十八里红)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술맛이 좋아 지방의 명주로 자리 잡는다.


이후 양조장의 일꾼 라오한이 갑자기 이별을 고한다. 그가 이별을 고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가마꾼의 오줌에 의해 탄생한 '18리홍'의 술맛이 자신이 평생 빚어왔던 술맛보다 더 나은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구순이와 가마꾼이 살림을 차리자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양조장 주인의 남편 자리가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떠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9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1938년이 되었다.


영화를 안내하던 화자(话者)의 부친이 구순이와 가마꾼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양조장은 '18리홍' 덕분에 장사가 순조로워 행복한 나날이 계속된다.

구순이의 미소.jpg


그런데...

일본군이 마을에 나타났다.

일본군이 라오한을 고문하여 죽이자 구순이는 복수를 결심한다.


이른 새벽, 일본군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을 노리고 매복하고 있던 양조장 일꾼들은 배고픔에 정신이 팔려 일본군의 출현을 놓치고 말았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구순이는 일꾼들을 위해 점심을 가져오다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고 말았다.


일본군의 이동 길목에 파묻어 놓은 고량주로 만든 폭발물이 폭발하자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일시에 죽어버리고 화자의 부친과 할아버지(위잔아오)만이 살아남는다. 들판에 우뚝 선 두 사람 뒤로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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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원작 소설과 같이 항일에 나서는 민중의 모습을 보이며 끝맺음한다. 이러한 결말은 당국의 눈치를 살피며 그들이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 주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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