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주이야기>로 중국 이해하기

1. 추국의 불만

by 발길 가는대로

정말 재미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가 없는...

하지만 중국 농촌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웃음은 1/2로 줄어든다.


영화 <귀주이야기>는 내가 중국의 영화관에서 처음 본 영화이다. 그래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영화이다. 그러나 한국의 TV에서 다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첫 화면부터 나는 웃음보다 짜증이 났다.


제목의 '귀주'가 대체 어디서 온 말일까? 내용에도 없는 곳이고, 그렇다고 사람이나 어떤 사물의 이름도 아닌데 대체 뭘 보고 '귀주이야기'라고 했을까?


하긴 중국에 귀주라는 곳이 있다. 이는 도시가 아니라 한 성의 이름이다. 구이저우 성(貴州省 귀주성)이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은 이곳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산시 성(陝西省 섬서성) 산골 마을이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은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 이를 처음 보도한 통신사 기자가 제목을 오역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秋菊打官司"(추국타관사: 추국이 소송을 걸다)이다. 영문 제목이 "The Story of QiuJu"이니 정확히 말하면 '치우쥐(Qiuju)의 소송이야기'로 번역하면 그럴듯하다. 즉, '치우쥐'를 제멋대로 '귀주'로 오역하였던 것이다.


산시 성은 감독 장이머우(張藝謨)의 고향이다. 따라서 그는 이곳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다. 전편의 <붉은 수수밭>에서도 일부 소개했지만 그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고학으로 대학(베이징 영화학원 촬영과)을 힘들게 마쳤지만 감독으로 데뷔한 후 연속으로 대박을 터뜨린 천재형 감독이다.

대학생 장이머우.jpg 1978년 대학 정문 앞에서 친구와 함께(우측),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는 피를 팔아 마련한 것이다.

1982년 대학 졸업 후 중국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지역인 광시(广西) 영화제작소의 촬영 기사로 취업을 했다. 2년 후 1984년 대학 선배이지만 자신보다 2살 어린 친구 천카이거(陈凯歌)가 자신의 첫 감독 데뷔작 <황토지 黄土地 > 만들 때 합류를 요청하여 촬영 감독직을 맡았다.


<황토지>가 중국 최고의 영화제 금계상에서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했고 이어서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하와이 국제영화제, 영국영화협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에서 초청을 받고 상을 받자 감독 천카이거는 물론 장이머우까지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장이머우는 촬영감독직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첫 시도는 배우로 데뷔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와 1987년 자신의 고향 시안영화제작소에서 제작하는 영화 <오래된 우물, 老井>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老井.jpg

본래 촬영감독을 맡을 예정이었으나 우티엔밍(吴天明) 감독이 주연배우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던 중에 장이머우의 외모가 역할을 맡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출연을 설득하고 처음에 머뭇거리던 장이머우는 영화 출연을 위해 10kg를 감량하는 노력으로 보답했다.


의외로 성적이 괜찮았다. 장이머우의 진솔하고 생동감 넘치는 독특한 매력으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중국 최초의 국제 A급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금계장, 백화장 등의 중국 내 영화제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이후 1987년 장이머우는 감독직에 도전했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감독으로의 변신은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어 졸지에 천재 감독이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연인 궁리와 함께 1990년 <국두, 菊豆 >, 1991년 <홍등, 大红灯笼高高挂> 두 편의 영화를 아카데미에 연달아 출품하여 작품성도 인정받았고 동시에 흥행도 크게 성공하여 중국 영화계의 5세대 감독 중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마침내 1992년, 영화 <귀주이야기>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고 주연 배우 궁리는 여우주연상까지 획득하여 두 사람 모두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누리게 되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jpg 베니스 영화제에서

당시 서방 언론의 한 기자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서구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아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첫째 만리장성, 둘째 천안문, 셋째 궁리를 꼽을 것이다."


당국의 특별 배려로 1992년 8월 31일 일반 극장이 아닌 인민대회당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주인공 궁리가 거리를 걸어가면서 시작되었지만 관객들은 10여분이 지나도록 궁리가 이미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귀주이야기 오프닝 씬


아래 사진은 한국 개봉 당시의 포스터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보시다시피 한국어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석에 배치했다.

포스터.jpg 한국 개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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