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화로 만들어지다
영화에서 화자로 나오는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배우 잔 모르(Jeanne Moreau)이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카메오로 잠시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연인>의 촬영지는 일부 실내 장면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이공에서 촬영한 것이다. (베트남의 개방 후 촬영 허가를 받은 최초의 영화이다)
하지만 이미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이공의 촬영지는 일부를 제외하고 현재 옛 모습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 차를 타고 지나가던 Xóm Chỉ bridge 부근의 상점들은 다리와 함께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리고 번화가인 똔득탕 응우옌 후에(Tôn Đức Thắng-Nguyễn Huệ) junction 부근 역시 현대화된 모습으로 변했다
성 바울 수녀원 건물(St Paul’s Convent building)은 뒤라스가 실제로 다녔던 학교이다. 1975년 정부에 인수되어 보육 교원 양성학교 건물(Pensionnat Lyautey)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현대화된 레뀌돈 중학교(Le Quy Don Middle School)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학교 외부 모습은 수녀원 건물을 찍은 것이 아니라 현재 호찌민 사범학교와 사이공 대학교가 있는 건물의 일부를 촬영한 것이다.
두 사람이 밀회를 가졌던 장소는 7 Phú Định in District 5의 골목인데 이곳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어느 정도 찾을 수가 있다.
중국인 남자 친구의 집 - Sa Dec에 있는 레오 후인 투이 레(Léo Huỳnh Thủy Lê)의 집은 촬영 당시 정부 건물로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Bùi Hữu Nghĩa in Cần Thơ city에 있는 old Dương family house를 대신 사용했다. 이곳 역시 Sa Dec에 있다.
그녀가 프랑스로 떠날 때 타고 가는 배의 이름은 알렉산드 듀마호이다. (Alexandre Dumas) 하지만 이 장면의 촬영은 베트남이 아니라 키프로스의 old Messageries Maritimes port에서 촬영했다.
영화는 1929년 프랑스의 식민지 베트남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 쟈크 감독은 베트남이 영화를 촬영하기 적당한 곳인지 알기 위해 1989년 7월 사이공을 방문하고,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우선 사이공의 환경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길도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호텔을 겨우 찾아갔는데 욕실이 없었다. 욕실이 있는 호텔에는 화장실이 없었고, 화장실이 있다면 물이 없었다. 그리고 물이 있는 곳을 찾아가면 물은 흙 투성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라고 했다.
결국 영화를 촬영하는 5개월 동안 20,000병 이상의 미네랄워터를 수입하여 사용했다. 그리고 당시의 베트남에는 외국인이 귀했기 때문에 영화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해상 석유 관계 일을 하고 있던 러시아인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동원되었다.
그는 다른 촬영지를 찾기 위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결국 사이공에서 촬영하자고 결정한 사람은 촬영 감독 자크 아노(Jean-Jacques Annaud: 그는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였다.
그는 ‘장미의 이름’(1986년)과 ‘베어’(1988년)을 촬영한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후기 작품 ‘티베트에서의 7년’,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정말 훌륭한 영화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실제의 중국인 사업가의 미망인이 감독 Annaud가 살고 있던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녀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지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1990년 2월 촬영진과 스태프들이 호찌민(사이공)에 도착했을 때는 베트남이 막 개방을 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 당국은 대본 검열을 마친 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무리인 줄 알지만 부두를 촬영하기 위해 이틀 동안 교통 통제를 부탁하자 전혀 망설임 없이 동의해 주었던 것이다. 이는 소설이 이미 베트남에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탓도 있었다.
베트남 정부 당국자는 선정적인 영화의 내용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이 든 중국인 남자보다 어린 프랑스 여자가 더 가난하고 베트남인을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던 것이다.
영화는 한 늙은 작가의 독백으로 시작하여 15세의 소녀가 메콩강을 건너는 배에서 중국인 남자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배에서 끝이 난다.
작가가 묘사하는 첫 만남보다 끝나는 장면의 묘사가 더 서글프고 아름답다. 그녀가 배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맥없이 주저앉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장면이다.
그날, 밤의 어둠이 와 주었다.
배는 추워 보였다.
바다, 달, 그리고 배…
그것뿐.
소녀는 낡은 민소매 실크 드레스에 금으로 된 하이힐을 신고, 검은 리본으로 장식된 남자의 분홍색 중절모를 쓰고 있다. 그녀는 양 갈래머리를 하고 입술은 찬란한 빨간 립스틱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것은 그녀 시대 이전에 여성이 되고 싶었던 젊은 뒤라스의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
어린 소녀 역으로 나오는 제인 마치(Jane March)는 촬영 당시 만 18세였지만 어린 소녀 역을 하기에는 충분한 동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인 마치가 이 영화에 어울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녀의 출생에 있다. 그녀는 베트남계 중국인 어머니와 영국계 스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출생지는 영국이며 영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인 부호의 남자 역으로 나오는 량지아후이(梁家輝, Tony Leung Ka-fai)는 1958년생이었기 때문에 촬영 당시 32살이었다. (소설에서는 27살로 나온다. ‘영웅본색 3’에서 주인공 주윤발의 친구로 출연했다)
죄송하지만 이 대목에서 매염방의 허스키한 목소리의 OST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목은 ‘夕陽之歌’(광둥어)이고 오리지널 중국어 제목은 ‘風中的承諾’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 무대 역시 베트남이다. 시리즈 3편이지만 내용은 프리퀄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DSrS-TBys4&list=RDpDSrS-TBys4&start_radio=1
소녀가 중국인 남자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는 장면에서 안타깝게 손가락을 부딪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이 자동차 모델은 Morris Leon-Bollee limousine이다. 프랑스에서 1928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지만 1931년에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촬영 당시 이 모델을 구했다는 것은 정말 기적적인 일이었다.
He tells her that he has never stopped loving her, and never will.
영화의 끝은 그녀의 독백으로 끝난다.
“그는 잠깐 뜸을 들인 후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영원히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으며,
또 그녀를 죽는 순간까지 사랑할 것이라고…”
두 사람이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기간은 내용의 전개상 18개월 동안이다. 그동안 출롱의 아지트 집에서 수없이 많이 만나지만 영화에서는 각기 다른 이유로 세 번의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나온다. 첫 만남 이후 소녀의 가족과 식사를 마치고 갖는 두 사람의 밀회는 다소 거칠고 폭력적인 장면으로 나온다.
소설 <라몽 L’Amant >은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 상인 콩쿠르상을 받았고, 영국의 맨부커상, 일본의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 등 유명한 문학상을 휩쓸었다.
제인 마치는 2년 후 '컬러 오브 나이트'(Color of Night)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이 영화의 프로듀스였던 카민 조조라와 연애를 시작하여 곧 결혼한다.
1993년 6월 결혼식에서 '컬러 오브 나이트'의 상대 배우였던 브루스 윌리스가 신랑 들러리로, 또 당시 브루스 윌리스와 한창 열애 중이었던 데미 무어가 신부 들러리로 참석했다.
이후 제인 마치는 할리우드의 여러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남편 조조라가 제인 마치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의 프로듀스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하여 그녀의 영화 출연이 계속 무산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1997년부터 별거를 시작했고 2001년 이혼했다.
'컬러 오브 나이트'는 한창때의 브루스 윌리스와 제인 마치가 열연을 했지만 흥행은 참패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과는 달리 1995년 미국 홈 비디오 시장에서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이는 이 영화가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섹스 신'이라고 칭송받았던 것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프랑스 배우 잔 모르, 두 사람의 우정은 뒤라스의 사후에(2001년) 제작된 뒤라스의 자전적 영화에 잔 모르가 뒤라스 역을 맡아 이어진다.
<세트 아모라 Cet amour-là> (한국 제목: 마그리트 뒤라스의 사랑)은 뒤라스의 남은 생애 16년 동안(1986년 그녀가 숨질 때까지) 뒤라스를 동경하고 사랑했던 남자(Yann Andréa)가 50여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연인들처럼 함께 생활하고 다투고 사랑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