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씬 낫지.
올해는 이상한 한 해다.
두 달 전까지 엄청나게 아파서 밥도 못 먹고 40대가 되면 뱃살이 나온다는데 나는 갈비뼈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무력감과 심장통증이었다.
동시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한번 사는 인생이잖아. 그런데 이게 맞는 건가?
계속 끊임없이 질문이 떠올랐고 그것에 대해 참기가 힘들어졌다.
친한 친구 둘을 붙잡고 잠시 수다도 떨어보았지만 진짜 고민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완벽히 솔직해진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말했던 미련한 혼란이 그 사람에게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은 상당히 싫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싫다.
이런 더러운 성격덕에 친구도 별로 없고,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잘 믿지 않는다.
말이라는 게 참 가볍기 때문이다.
이런 거는 말 꺼내 봤자 이상한 인간 취급받기 딱 좋은 소재일 분이다.
(사실, 매우 이상하므로.
던바의 Friends 책 보면 150명 정도가 평균적인 인간관계라는데,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까. )
더 이상 교회를 가지 않는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고 다닌다거나 그것을 주장하거나 강요하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부모님이 정해주신 종교로 사는 것을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작년과 올해, 천주교 성물이 예뻐서 묵주를 하나 사고, 하나를 선물 받았다.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 묵주가 나에게는 분위기 있는 팔찌로 보였다. 전혀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데 그건 하고 다닌다.
종교와 상관없이 나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신이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는 들어주실 거라 믿는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기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자기 전에 침대 위에 웅크리고 몸을 말고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을 뱉어낸다.
전혀 멋지지도 않고 정리도 되지 않은 더듬거리는 바보 같은 문장을 소리를 내서 뱉어낸다.
나의 혼란과 미친것 같은 감정들, 도전하고 싶은 안개 같은 꿈들, 가깝게 그려지는 사념까지.
아무에게도 꺼내지 못할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서 끄집어낸다. 적어도 그 시간에 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시간들은 다 소용없으니까. 신에게 조차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도대체 심장 답답해서 어떻게 산단 말인가?
때로는 눈물이 막 쏟아지기도 하고, 스스로 그딴 고민이나 하는 내 처지가 웃겨서 웃음도 나온다. 그래도 사람 앞에서 연출되는 나보다는 그 시간의 내가 더 좋다.
엉망이고 바보고 중년인데 아직도 혼란스럽고 미숙한 나를.
첫눈이 왔다.
이럴 줄 알고 우비를 주말에 사뒀다.
효연이에게 수요일이니까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뛸 거라고 했다.
'언니는 너무 극단적이야'
나한테 운동 좀 하라고 혼내던 동생이 자제를 시켰지만, 결국 새벽 6시 반에 나갔다. 월수금 뛰기로 했는데 수요일이니까. 해보면 뭐를 더 준비해야 할지 알게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아저씨? 가 반바지를 입고 달리고 계셨다. (님아..)
파이팅을 자주들 날려주시는데 내향인은 동공지진만 올뿐, 돌려주지는 못한다.
한 시간 정도 뛰고 돌아오면 해가 뜨고 사람도 많아진다.
그리고 집에 와서 책상 앞에 앉아서 또 눈물이 쏟아지길래 브런치나 쓰자, 하고 켰다.
기도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솔직했다. 오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