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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의 조각들

이상해도 기록하기

by 이수연

분명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익숙한 벤치가 사라져 있었다. 그 옆에 있어야 할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도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집 앞 모래 놀이터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회색빛의 커다란 돌들이 바닥에 깔려있었다. 그리고 내가 시선을 돌리는 동시에 새로운 것이 올라가고 지어지고 있었다. 더 먼 곳을 바라보자 짚 앞 놀이터를 벗어나 그 바깥쪽 동네도 서서히 모서리가 동글동글한 회색의 커다란 벽돌로 바닥이 변하고 있었다. 나는 우선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올라가던 나무 계단도 돌계단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계단 하나하나가 허들 넘기처럼 장애물이 있었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면서 잘 넘어가지를 못했다. 결국 나는 집 바로 앞에서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더 정확히는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우리 집 앞이지만 처음 보는 모습으로 실시간으로 변하는 회색 벽돌 도시를 바라보며 잠에서 깼다.



낯설지만 동네가 아기자기하고 집들이 단독주택 모음이었다. 친구가 유리창이 큰 집에서 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이제야 찾아왔냐며 손을 흔들었다. 중간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맨발이었다. 친구가 자기 것인데 우선 신으라면서 흰 운동화 한 켤레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것을 신었다.



오늘 아침에 꾼 꿈이 제일 이상했다.

꿈에서 가족이 사라졌다. 죽음인 것인지, 멀리 여행을 간 것인지. 나는 '떠남'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서 엄청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는 바깥으로 나갔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조의 농작물이 네모난 수영장 같은 곳에 가득 자라 있었다. 연두색 구슬 모양의 식물이었는데 물과 함께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서 그것을 밟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빠지지도 않을 만큼 단단했다. 선명한 연두색 작물이 가득 찬 그 밭? 의 주변은 선명한 인디핑크색의 타일이 깔려있어 네모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나무들을 지나 다음 길로 돌아서도 같은 구조의 그 밭이 또 나왔다. 누군가 뻘이라고 말했지만, 아무리 봐도 뻘은 아니었다. 수영장의 규모는 제법 컸다.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발을 올려두었다. 역시 발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물과 함께 약간 속으로 빠질 듯이 물컹했다. 나는 얼른 발을 빼고 분홍색 타일 위로 발을 옮겼다.



어떤 것은 알 것도 같고 어떤 것은 전혀 의미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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