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날개 두쪽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작년 말부터 나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만지고 느끼고 실감하고 싶어졌다. 이런 기분을 느낀 게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어쩌면 당연히 느껴야 할 것을 몸이 힘드니까 그동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원래도 천천히 책을 늘 읽고는 있었지만, 작년 말을 기점으로 문학서적이 대폭 늘었고, 시를 읽기 시작했고, 이해되지 않는 난해함을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중이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던 철학책의 어떤 한 줄이 마음에 와닿고 실재 내 행동을 바꾸기도 했다. 행동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 말에 완전히 설득되었고 납득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몇 년 전에 읽었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4월에 나올 그림책의 글원고를 대폭 수정했다. 생각이 변하니 예전 원고가 다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만들던 장편 그래픽 노블은 잠정적으로 멈추었다. 서두르면서 만들고 싶지 않아 졌다. 서두르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랬었는데.
아주 긴박하게 나는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고, 지금 아주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지, 휘청이면 안 돼! 를 속으로 외치고 있다.
말이라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저 몇 줄 일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이 났고, 고맙다는 마음을 침대에 누워서 문자로 뚱땅뚱땅 남기다가 갑작스러운 돌직구 제안에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그저 SNS 메시지일 뿐인데 나를 이렇게 동요시키다니. 이럴 수가.
나는 문자로만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를 그런 방식으로만 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그건 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될 일들이지만. (모든 인간관계는 '함께' 만드는 것이므로)
그런 방식은 뭐랄까. 충분하지가 않다. 전혀 나에게 흡족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조금 더 살아있는 현실에서 들리고 만져지는, 그리고 눈을 보며 진심인지 아닌지 읽을 수 있는 그런 대화가 좋다.
'대화'는 상대가 누구라도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오후 세시.
세 사람은 테이블 하나를 두고 앉았다.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오후 세시에도 우리는 만나서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희망'을 꺼내볼 것이다.
이런 사소한 단어를 꺼내서 보여주고 나눌 수 있다니.
이런일이 가능하다니.
이걸 어떻게 표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