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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는 할 이야기가 아니야

by 이수연

일희일비[ 一喜一悲 ] 하지 말자. 자주 쓰는 말이었는데.

항상 좋은 일이 있다 할 때쯤 슬픈 일이 바로 쫓아왔으니까.

나는 내가 쇳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한마디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휘청거리기도 하고

한마디 때문에 아침에 눈을 떠서 아프다가도 벌떡 일어나게도 되는 게 사람이구나.

아마도 그것은 내가 말을 나눈 사람이 나에게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슬프게도 기쁘게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런 큰 힘을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서 가지고 있었던 걸까.


오늘 아침에는 정말 뛰러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배가 어젯밤부터 조금 불편했다.

뜨거운 물주머니를 껴안고 잤지만 소용이 없었다. 으으 그러고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카톡창에 웃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자마자 어이가 없어서 깔깔깔 웃었다. 다시 봐도 웃겼다.

웃으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옷을 입고 나갔다. 웃음 하나가 나의 등을 떠밀어 줬다.

(단호했던 오늘 아침 하늘)



그런데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카톡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통화를 했다.

여섯 시 십오 분쯤에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고 서둘러서 나물을 끓는 물에 넣고, 볼에 두부와 계란을 깨서 넣었다. 간돼지고기를 해동하고 파를 다지면서 눈물이 났다. 파가 매워서 눈물이 난 것은 아니고 기뻐서였다.

세상에. 요즘에 나는 정말 기뻐서 눈물이 난다는 게 무엇인지를 자주 겪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주 우는데, 오늘은 기뻐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정말 감사해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나 들으라고. 그리고 신도 부디 들으셨으면 좋겠다.

정말 감사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해야 할 일들에 휘말리지 말고, 차분히 하다 보면 항상 그랬듯 끝나겠지. 초조하지 말자. 오늘은 그림을 그리지 말자. 이런 일 저런 일 처리하고 답장 보내고 통화를 하고 시간을 보니, 곧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었다. 그러다 오늘이 아니면 여유가 안 날 것 같아서 무언가를 읽었고, 글을 읽다가 마음이 두근거려서 전화를 했다. 이런 마음을 카톡으로 다다다다 치는 것은 정말 아니다.

그럴 이야기가 아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눈이 어두워지면,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른다. 아마 작년의 나라면 이런 결정들을 이렇게 내리고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졌고, 그걸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고 싶어졌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해도. 그래서 사소한 이런 이야기를 브런치에 블로그에 정리를 해보기도 하고 힘써보는 거겠지. 오늘 보았던 스케치 속에 미어캣은 아껴두었던 물건을 걱정하며 불안해했다. 나는 이제 물건도 마음도 그렇게 인색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마음껏 쓸 거다.

다행히 울면서 만든 동그랑땡은 하늘이에게 큰 칭찬을 받았다. 뭘 해줘도 잘 먹어줘서 고맙다. 얘들아.





나는 앞으로 울보가 될 거란다.




어쩌지. 나는 이미 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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