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기록
아주 오랜만에 한번 정도 깼지만 여섯 시간을 자다니. 새벽즈음에는 꿈을 꿨는데 인상적이라 기록해 본다.
나는 커다란 우리 집 욕실을 청소를 시작했다. 세면대와 변기, 욕조가 다 거뭇거뭇했다. 검정 곰팡이인가 싶었는데 더 가늘고 긴 것들이 엉켜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 변기와 세면대는 솔로 잘 치우고 욕조로 눈을 돌리자 욕조 가득 거대한 검정이 채워져 있었다. 도저히 솔로 어떻게 될 것 같지가 않아서 나는 솔을 옆으로 치우고 두 팔을 벌려 그 검은 것을 내 품에 가득 안았다.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전혀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고 가벼웠다. 가뿐했다. 검은 것은 머릿결처럼 길고 가지런했고 윤기까지 났다. 더 머릿결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듬성듬성 하얗게 새버린 흰털들이 섞여 있었다. 그것이 마냥 흉하지도 않고 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메만졌다. 흔적이 안남기는 힘들겠지. 당연하다.
한아름 치우자 드디어 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솔을 다시 찾아보려고 두리번거렸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 완벽하게 치우지는 못하고 잠에서 깨버렸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은 그 검은 것을 안은 나의 느낌이었다.
그것을 만진다는 것이 꺼림칙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웠다.
보기에는 시꺼멓고 더러워 보였던 그것이 나에게는 부정해야 하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었고, 차분히 받아들이는 존재였다. 꿈속에 나는 쌓여있는 것을 피하지 않고 수용하고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감정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감정과 경험들이 정리되지 못한 채 막혀있는데, 내가 그것을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꿈속에서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하면 그것은 재정비를 뜻하고는 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에 참 괴상한 꿈인데, 의미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생생해서. 기억하고 싶어서 짧게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