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담 변호사로 수년째 수사와 재판을 다루고 있지만, 러쉬파퍼만큼 애매하게 취급되는 건 드뭅니다. 이름도 생소한데다 검색해도 답이 잘 안 나오니까요. 어쩌면 지금 당신도 그 불명확함이 더 불안해서 이 글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러쉬파퍼? 어디서 본 적은 있는데, 그게 처벌 대상인지조차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검색한 당신도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누구한테 줬다? 혼자 썼다? 집에 두고 있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더더욱 불확실하고요. 불법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합법이랬던 기억도 있고, 누군가는 “아로마라 괜찮다더라”고 했는데 정작 경찰은 조사에 들어왔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단 하나입니다. “이거, 진짜 처벌받는 건가요?”
그 의문에 지금부터, 제가 답을 드리겠습니다.
러쉬파퍼는 법 테두리 바깥에 있는 게 아닙니다
러쉬파퍼는 종종 방향제처럼 팔립니다. 아로마다, 향이다, 심지어 인테리어 소품처럼 포장되기도 합니다. 그럴싸하죠. 그런데 왜 이 물건이 단속 대상이 될까요. 향 때문일 리는 없습니다. 겉은 멀쩡한데, 속을 보면 다릅니다. 이 물질의 핵심은 ‘알킬니트라이트’입니다. 바로 이 성분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법에서 이걸 딱 잘라 ‘마약’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마약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알킬니트라이트는 일정 조건 아래에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각성 화학물질로 간주될 수 있고, 이는 마약류가 아니더라도 유사마약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많은 분들이 혼란을 겪습니다. 이름표에 ‘마약’이 붙지 않았다는 이유로 괜찮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법의 기준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은 특정 성분의 이름만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성분이 사용된 방식과 맥락을 봅니다. 이걸 단순 소지했는지, 반복적으로 구매했는지, 누군가에게 건넸는지, 같이 사용했는지. 그런 맥락들이 합쳐지면 ‘단순 구매자’에서 ‘공급자’, ‘투약 공범’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입니다. “하나 산 게 전부인데요?”라는 말이 법정에선 설득력을 잃는 이유입니다. 단 하나라는 건 본인의 주장일 뿐이고, 수사기관은 기록과 정황, 관계인 진술까지 모아 그걸 뒤엎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라는 궁금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실무에선 러쉬파퍼를 소지하거나 사용한 경우, 단순 경고로 끝나는 사례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주변 정황이 명확하고, 반복성도 없고, 사용 목적도 뚜렷하게 소극적이었을 때입니다. 대부분은 그렇게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택배 주소, 입금 내역, 구매 당시 대화, 심지어 같은 물건을 가진 지인의 진술 하나가 전체 사건의 성격을 바꿔놓기도 하니까요.
결국, 러쉬파퍼는 ‘명시적 마약은 아니지만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마약처럼 작동할 수 있는 성분’입니다. 불확실한 게 아닙니다. 기준이 다른 겁니다. 그 기준을 수사기관은 알고 있고, 일반인은 잘 모르니까, 단속도 처벌도 ‘예고 없이’ 시작되는 겁니다.
러쉬파퍼 검색하는 순간, 이미 고민은 시작된 겁니다
왜 검색했을까요. 말 그대로 이게 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냥 호기심? 누가 줘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무엇이든, 그 물질이 지금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알지 못했다면, 결과는 똑같습니다. 책임이 면제되진 않습니다. 왜냐면 마약 사건은 ‘고의’보단 ‘행위’ 중심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건을 보죠. 몇 달 전 제가 맡은 사건은, 단순히 러쉬파퍼 한 병을 들여다보다 시작됐습니다. 당시 의뢰인은 오프라인 모임에서 누군가 건넨 걸 호기심 삼아 사용해봤고, 그게 전부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함께 있었던 지인이 나중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진술했고, 수사는 그대로 연결됐습니다. 그제야 당사자는 급히 연락을 해왔고요. 그 상황, 이미 진행 중이었습니다. 누가 문제 삼기 전까진 몰랐다고 하더라도, 한 번 사건화되면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일부러 산 것도 아니고, 몰랐다면 그냥 주의만 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 질문,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그런 주장을 내세우는 분들이 많고요. 그런데 법원은 “이 물질이 일반적인 생활 용품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느냐”를 봅니다. 온라인 구매라면 상품명과 상품설명, 택배 라벨에 써 있는 문구. 오프라인이라면 주변인의 반응, 사용 후 신체 반응, 보관 방법까지 다 수사 대상으로 포함됩니다. 결국 몰랐다는 말이 통하려면 ‘정말 몰랐다는 걸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러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검색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물건에 대한 위험 감각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간접증거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찾아봤어요”라는 말이, 사실은 ‘처벌이 두려워서 확인한 것’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혼자 판단하지 마십시오
러쉬파퍼 사건은 묘합니다. 단속은 분명히 이루어지는데, 처벌 여부는 늘 복잡하게 나옵니다. 그 경계 어딘가에 놓인 사람들은 늘 혼란에 빠지고, 대처 타이밍을 놓칩니다. 이건 단순한 사용 여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당신이 어떤 정황에 놓여 있었느냐, 대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느냐—모든 게 얽혀 있습니다.
러쉬파퍼 하나로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통화, 한 줄의 문자, 검색기록 하나가 전부를 뒤흔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 ‘혹시 나도 걸릴까’라는 마음이 든 순간, 사실은 이미 수사의 가장자리에 닿아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속도 싸움입니다. 수사기관이 먼저 판단하게 두지 마십시오. 당신 쪽의 입장과 논리를 정리할 사람, 지금 필요합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결론은 준비된 사람만이 끌어낼 수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