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제시
우리의 학교 교육 현장은 '보상 체계'가 고장 났습니다.
보상 체계의 고장은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어떤 조직이건 성과를 내는 조직원은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조직원은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에서 그러한 보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학교 조직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의 다양한 구성요소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 요소가 서로 공통된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는 조직입니다. 이 학교라는 시스템의 '보상 체계'가 고장 났음을 주장합니다. 보상 체계가 고장 난 조직은 조직이 목표로 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으며,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환자의 면역시스템이 자신을 몸담고 있는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다만, 공교육은 국가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공적 사업이므로 시장경제의 논리로는 진작 붕괴되었어야 하는 조직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유입니다. 앞서 말했던 '보상 체계'가 붕괴된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망가지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떤 가게가 있습니다. 열심히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결과가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한다면, 누가 노력을 하고 투자를 하겠습니까. 물론 어떤 투입에 항상 긍정적인 결과가 산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입에 대한 결과의 기댓값이 불이익으로 점쳐진다면, 투입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자영업자 A 씨는 매출액을 늘리고, 식당 운영에 재투자를 하여 순이익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장 먼저, 영업시간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SNS를 통해서 충분히 홍보를 하고, 자주 이용하는 단골들에게 영업시간을 늘렸으니 잘 부탁드린다고 말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영업시간을 늘리고 난 이후 인건비 및 여러 가지 부대 비용이 증가하는 데 비해서 영업 이익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A 씨가 근무 시간을 늘려가며 몇 달 더 시간을 투입했으나 가시적인 영업 이익 향상은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A 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물론, 방식을 개선해서 투입한 비용 대비 결과의 향상을 끌어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보통은 영업시간을 다시 줄여서 투입 대비 이득의 비율을 원상복구 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비용과 시간을 투입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자 원래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영업자 A 씨가 자신의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금전적 보상'입니다. 원하던 금전적 보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스스로 투입했던 노력과 비용을 철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학교 교사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교사 B 씨는 저 연차 교사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에 적응을 하느라 선배 교사가 알려준 방식대로 학급 운영을 하고, 특색 있는 학급 행사나 활동을 계획하지 못했습니다. 초임이 지나고, 2년 차가 지나고,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을 했다고 생각한 B 씨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고 싶어 다양한 학급 활동을 추가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멘토링도 받고, 여러 선배 교사들의 기록들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나름대로의 포부를 가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학급을 운영하고 있던 B 교사는 어느 날 학부모의 전화를 받습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학생이 안 그래도 학원 다니느라 바쁜데 학교에서 귀찮게 하지 말아라'
교사의 생활지도, 학급 운영 방침이 교칙을 위반한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바쁜데 학생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나도 모욕적입니다. 과장인 것 같나요?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입니다.
과연 위 사례에서 교사 B 씨는 자신의 비용 투자로 얻고자 하는 보상이 무엇이었을까요?
금전적 보상일까요? 금전적 보상은 아닙니다.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을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서 금전적인 이득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바라는 보상은 '보람'입니다. 학교에서 학생이 사회에서 겪기 전에 많은 것을 미리 경험하고 느껴서 후에 사회인이 되었을 때, 무리 없이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충분히 기능하게끔 성장시키는 것을 보는 과정이 직업인으로서 교사가 학생에게 바라는 보람입니다.
하지만, 바라고 있던 보상과는 달리 학부모의 민원을 받게 된 교사 B 씨는 이제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위의 사례와 비슷하게 자신이 투입한 노력과 비용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방식으로 행동 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국 아래와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보상 체계가 고장 난 것입니다.
저는 학부모 민원을 받지 않는 완벽한 교사입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주죠. 아이들이 싫어하는 건 절대 하지 않고, 학부모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합니다. 청소도 내가 혼자 한지 몇 년 됐습니다. 수업이 힘들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익명의 초등교사-
지금 다루었던 사례가 우리 학교 현장의 문제입니다. 열심히 하는 교사가 손가락질을 당하고,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학부모 민원에 머리를 싸매게 됩니다. 보상 체계가 고장 났으며 시스템의 구성원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조직에서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보상 없는 노력을 강요하는 것'은 요구할 수도 없고, 요구한다고 해서 조직원이 그 요구를 들어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일어납니다. 자신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진정으로 학생들의 위한 교육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의 희생으로 아직 공교육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일을 '문제가 없게끔'만 하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시키는 것만 대충 해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홀을 채우게 되면, 매출이 떨어져서 금전적 손해를 보게 됩니다. 거래처와의 미팅 자리에서 TPO를 지키지 않는 직장인은 근무평가를 낮게 받아 평판이 안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승진이 누락된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직장에서의 근무를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의 교사는 다릅니다. '문제가 없게끔'만 해도 자리보전에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습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주어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적게 받기 위해서 최대한 회피하고, 어쩔 수없이 주어진 일을 형편없는 질로 해낸다고 해서 자리보전에 지장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호봉이 오르고 봉급이 오르며, 노력을 안 한 결과는 오히려 편안함을 제공하게 됩니다. 이는 주변에 열심히 하고자 하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떨어지게 만들며 도덕적 해이를 범하고 있는 개인을 넘어선 조직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무사안일주의가 교육현장에 퍼지게 된다면, 누가 나서서 학생을 위한 교육을 하겠습니까.
강하게 말하면, 대충 해도 문제가 안 되고, 대충 하니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은 게 지금 공교육 현장의 현실입니다. 경력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호봉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자를 포함한 단일 호봉제로 이루어진 교사의 연봉 테이블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력과 경험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 것인데, 과연 지금 우리의 교육현장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임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몰아주는 것을 넘어서 고경력의 교사도 힘들어하는 '학교폭력', '교권보호'등과 같은 기피 업무를 학교가 처음인 초임 교사에게 배정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곳이 공교육 현장입니다. 교직 이외의 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초밥집에 처음 들어간 수습 요리사가 손님 앞에서 초밥을 쥐고, 경찰학교를 막 수료한 신입 순경에게 연쇄살인범 수사를 맡기는 것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고경력 교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제시하려고 하는 원인으로부터 파생된 것이죠.
공교육은 '국민들에게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넘어선 '사회에서 충분히 기능하는 사람, 역량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왔습니다. 물론 수요자 중심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기에 개개인의 모든 요구를 반영할 수는 없었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과거와 같이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밥벌이가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하늘을 찌르고, 고등학교의 목적이 대학 입시로 변질된 것은 오래전 일입니다. 하지만 학교의 시스템상 모든 학생을 명문대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되자 '공교육에서 채울 수 없는 학습'을 보강해 주는 사교육이 성행하게 됩니다. 학부모들은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자신의 자녀가 혹시나 뒤처질까 봐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학교에게는 손가락질을 시작하게 됩니다.
"학교가 하는 게 뭐가 있냐 애들 입시에 방해나 된다."
"학교에서는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다고 한다. 매일 밤 스터디 카페를 간다 이게 말이 되냐"
"이럴 거면 쓸모없는 공교육은 폐지해라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똑바로 하는 것 하나 없다."
저런 비난을 받는 공교육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다양한 체험 중심의 교육을 계획하고, 학원과 가정에서 채워줄 수 없는 학생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 증진을 위한 교내 행사, 모든 학생의 입맛에 맞지는 않겠지만 모두를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게 돌아온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인솔 교사에게 고소한 학부모... 체험학습 담당 교사 실형"
"학생을 다그쳐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 신고 남발로 교육활동 위축돼"
"학교에서 엎드려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학교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학부모의 수요를 못 맞춰준 공교육이 문제일까요?
입시 경쟁으로 인한 수요를 더 부추기고 있는 사교육이 문제일까요?
공교육을 비난하고 사교육을 이용하는 학부모가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셋 다 문제없습니다.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경기 침체 및 경제성장이 더뎌져 경쟁이 치열하게 된 우리 사회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입의 개수는 동일하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예견된 일이죠. 혁신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류의 대부분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경쟁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개인적인 결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으면, 해결 방안도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죠.
첫째, 교육청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아동학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인정되는 범위가 상당히 모호하고, 신고 즉시 교사가 직위해제가 되며 스스로 아동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오래 걸립니다. 교육청 차원에서 빠르게 심의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여야 하고, '아동학대'의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공교육은 사교육을 모방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본연의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일부 기능만을 대체하고 있으며 그 기능을 극도로 개발하고 심화하여 다루고 있기 때문에 비교할 수도, 비교되어서도 안 됩니다. 공교육은 공교육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합니다.
셋째, 교사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학교의 수업이 필요 없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교의 수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간 수준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것인데,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수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일부 학생들이 자신의 개인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합니다.
넷째,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동나이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보는 교사의 시선이 정확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정확할까요? 죄송합니다만, 직접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부모라는 존재에게 자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거짓말을 숨 쉬듯이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정하기 싫으시다면 학창 시절의 스스로의 모습과 친구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네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리 교육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과연 공교육은 이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의 수많은 사례와 같이 힘없는 공교육으로 몰락해 버려 '교육의 평등'이란 찾아볼 수 없게 될까요.
23년에 순직하신 선생님께서 일으킨 파장으로 인해 한동안 교육계가 술렁였습니다. 그에 따라 관련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아동학대법 개정 및 교육활동 보장과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들이 분분했습니다.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답변할 것입니다. 이건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보상 체계는 '금전'과는 동떨어진 '보람'에 맞추어져 있으니까요.
우리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생에게 할 권리' 즉, '교권'을 보장받아. 학생이 학교에서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학습권'을 보장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