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병

나만 있는 거 아니죠?

by 박승연

해가 바뀌고 처음으로 뭔가를 끄적여본다.

2025년에 대한 소회나 신년에 대한 다짐은 충분히 했다.


뻔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앓아본 적 있으리라 생각하는

'정각병'을 다뤄볼까 한다.




나는 정각병이 있고,

그 단위가 클수록 조금 더 효과가 강하다.


1월 1일부터 뭔가를 시작하면 보통 반년은 가고,

6월 1일부터 시작하면 2주는 가고

월요일에 시작하면 수요일까지는 간다.


생각해 보면,

3월쯤 시작했던 '주간계획표 작성하기'라는 새 목표가

10월쯤까지 열심히 하다가 약 2개월 정도 좌초되었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얼마나 가려나? 반년은 갔으면 좋겠는데.




이런 성향이 일장일단이 있다.


장점은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실패하더라도 그다지 아쉬움이 없다. 다시 하면 되니까.


단점은

벌려놓은 것들이 정착이 되는 일종의 수율? 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을 하려다 보니 완성도가 아쉽다는 점이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는 하다가 답 안 나온다 싶으면 빠르게 버리고 다른 걸로 넘어간다.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그 와중에 잘 맞다 싶은 게 있으면 뼈에 새겨둔다.


다시 똑같은 것을 작업할 때, 수고로움이 들지 않게끔.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SPA브랜드에서

옷을 만드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 같아 웃긴다.




주제가 일부러라도 이쪽으로 튀지 않게끔 서두에 적어놓고 시작했는데, 결국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왔다.


2025년은 내 인생에서 기록될만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2024년에 계엄사태가 터진 여파로 정권이 교체되고

무역전쟁으로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으며

부동산 규제니, 대출 규제니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마다 속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


미국주식했다가

한국주식이랑 반반 했다가

다시 미국주식 왔다가

배당주 했다가, 답답해서 기술주 섞었다가

난리를 쳐댔지만,


58,000원에 삼성전자를 꽤 많이 사서 들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전재산을 다 넣어두고 반년 기절했다 일어나면 수익률이 대단했을 텐데.


이런 쓸모없는 꿈보다 해몽을 해본다. 뭐, 손해만 안 봤으면 된 거지. 사실 옆집 누렁이도 이익을 보는 장이지만 말이다.


전역하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절대 군인인 신분에서 사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면서 내놓는 대책들이

대책이 없어 보인다. "어? 지금 아니면 못 사겠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한숨 나오는 부동산 규제.


나는 군부대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반년 이상 공부해 왔던 것이 쌓여서 적어도 손해 볼 물건을 고르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것 알거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A지역에 a단지가 있어.


이게 지금은 가격이 내가 살 수 있는 가격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전역할 때쯤에는 1억은 오를 거야.


1억 더 대출받을 수 있지. 있는데,

시세가 N억이 넘어가면 정책대출이 아예 안 나오더라고...

그러니까 이걸 지금 미리 사서 세를 놨다가.


내가 전역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직거래를 하면 어떨까?

물론 취등록세에 법무사비용, 복비 이것저것 해서 적어도 2천 정도 깨지는 건 맞는데, 난 그 정도 감수할만하다 생각하거든.


돈을 더 내고 말고의 차이가 아니라,

매수가 가능하고 말고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거니까.


혹시 뭐 취득한 가격보다 더 싸게 넘겨줘도 되고

증여세도 아낄 겸.




저 말들을 꺼냈다가

전화상으로 완전히 개박살이 났다.


네가 뭘 안다고 집을 사냐

지금 집값 거품이다.

서울 집값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저 가격에서 반토막은 나야 정상이다.


요즘 애들은 1억이 우스운 줄 안다.

1억 월급으로 모아봐라 얼마 걸리나.

다 때가 있는 거고, 결혼하고 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다.


음...

그렇지 내가 뭘 아나.

겨우 6개월 정도 관심 가지고 공부한 놈이

누군가를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하루 걸러 하루 부동산으로 하루에

몇 시간이고 떠들고 자료를 정리하고 카톡을 보내게

된 것은.


투자금을 유치하는 사업가의 마인드로

왜 나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4개월쯤 했을 무렵.


반쯤 설득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집을 샀다.

원하던 아파트는 아니었는데,


나름 머리를 굴리고 굴려서 재개발 빌라를 샀다.

아직 산건 아니고 다다음주에 잔금 일정이 남았다.


많이 돌아왔는데,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025년은 쉽지 않은 한 해였다는 것.


군인 신분으로 뭘 해보려고 하니 안 되는 건 왜 이리 많고

밖에 나가야지 할 수 있는 것은 왜 이리 많은지.


맘이 편하지도 않은 휴가를 지금까지 며칠이나 나갔던가.


앞으로 다가올 민간인이 된 내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나는 남들보다 굉장히 늦게 군대에 왔기에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른 군생활에 대한 감상이 있다.


20살의 나는 몰랐을 텐데

28살의 나에게는 보이는 것들.


군대에는 징집병과 직업군인이 함께 생활한다.

직업군인인 간부들의 통제에 따라야만 하는 우리는

각종 불만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들도 어차피 공무원이기 때문에

일처리 방식이야 안 봐도 뻔하고, 실제로 보니까 다를 게 전혀 없더라.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모든 것들은 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해만 된다면 힘들고 거지 같아도 다 괜찮은 사람이라서.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없는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는 규칙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하는 모습이 아쉬웠다.




돌고 돌아 정각병으로 다시 주제를 돌려보자.

지금이 언제인가. 2026년 1월이다.

기분상 1월과 2월을 망쳐버리면 한 해의 시작이 어긋나 버린 것 같은 찝찝함이 생긴다.


별로 안 좋은 습성인 거 아는데,

고치지 못할 것이라면 이용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2026년은 발에 달린 족쇄를 풀고

자유를 되찾는 한 해가 될 예정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하고,

얼마나 많이 성장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2025년에도 꽤 많은 것을 시도하고 성공해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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