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어디를 그렇게 다니느뇨?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혼자 있을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언듯 들어보면 서로 맞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는 항상 생각한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누구랑 같이 있고 싶다.'
이해가 되나? 안 된다면 이해를 시킬 자신은 없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에게 나를 어찌 이해시키나?
그래도 시간이 나면
함께 시간을 보낼 사람을 찾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의 시간은 언제 날지 모르니까.
꽤 적절한 빈도로
다른 사람의 일정이 있고 없고 가 갈린다.
굳이 여러 명에게 물어보지는 않는다.
시간 때우려고 누굴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나고 싶으니까 물어보는 거라서.
이렇게 생긴 소중한 혼자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보내나.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휴식인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유유자적하게 한적한 공간에서 휘적거리는 것을 휴식이라고 정의한다. 휴식의 정의가 다르다고 해서 속상할 필요는 없다. 네 휴식이 내 휴식이 아니라고 해도 네 휴식을 휴식이라 생각하지 않지는 않을 테니.
그저 '중요'하게 생각하는 휴식이 다를 뿐이다.
1분 이내의 대화로 정의되는 간단한 문제.
신체적 휴식과 정신적 휴식은 다르다. 그중에서
나는 정신적 휴식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다.
신체적 휴식은 잘 먹고 잘 자기만 해도 아직은 충분하니까.
거창한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시장에서 파는 3000원 떡볶이도 좋고,
한 끼니에 10만 원이 넘어가는 값나가는 요리도 좋다.
저 둘에는 우열이 없다. 장르가 다른 거니까.
수요와 공급, 쟤료비와 객단가의 차이에 의해서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지 비싸다고 해서 더 우월한 건 아니니까.
값나가는 비싼 위스키보다
차가운 냉면에 희석식 소주가 당기는 게 열등한가?
나는 희석식 소주를 쓰레기라고 생각하지만,
'술' 자체로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이지
자신의 목적은 다 해준다.
'뉘앙스가 약하고, 도수가 낮아 자극적인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주류.' 마침 한식이랑 딱 맞지 않은가. 그래서 '술'이 아니라 음식이 메인일 경우에는 소주도 괜찮다.
글을 쓰다 보니 베트남에서 먹었던 팟타이가 갑자기 생각난다. 얼마든지 더 달라고 하면 기꺼이 내주는 라임을 잔뜩 구겨 음식 위에 흩뿌리고 비벼낸 쌀국수. 기름진 맛을 기가 막히게 잡아주는 산미.
다음에 나가면 쌀국숫집을 좀 찾아봐야겠다.
아, 중요한 이야기를 안 했다.
나는 혼자 다닐 때는 가봤던 곳보다는 처음 방문하는 식당을 선호한다. 혼자 있을 때는 실패해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으니까.
내심 실패해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위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평소에 안 가봤던 식당을 간다고 하지 않았나?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본다.
최근에 있었던 것은 재즈바를 가본다거나?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고 하는데,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럼 두리안은 향긋해서 입에 넣어봤을까?
나랑 맞을지 안 맞을지는 해 봐야 안다.
해보기 전 까지는 잔뜩 심술이 나서 드러눕고 싶다가도
막상 해보니 심취해서 일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웠던 기억 하나정도는 다들 있지 않은가.
제일 중요하다.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되돌아 나오건.
가고 싶었던 카페에 갔더니 날씨가 흐려서 하늘이 우중충하건.
혼자 있는데 신경 쓸게 뭐가 있나.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내 상태와 감정에 대해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물론, 남이랑 같이 있을 때는 남탓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효율을 추구하지 않고
돌아가는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보기.
급행 말고 완행 타기.
조금 더 걷더라도 새로운 길 걸어보기.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길을 가다 마주친
간판만으로 판단하고 방문해 보기.
사람들은 뭘 입고,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멍 때리며 쳐다보기.
부슬거리는 비 정도는 그냥 맞기.
공원에 있는 고양이가 곁을 안 내주기에
아싸리 바닥에 누워버려 친근감을 표시하기.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이 피사체
내 눈이 뷰파인더
광원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즐길거리는 무한하다.
그날 보낸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면 좋은 거고,
마음에 안 든다면 웃고 넘길 수 있는. 그런 여행 같은 시간.
어쩌면 평소에 사람들이 이를 악물고
여유롭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여유롭고 싶을 때 여유롭기 위해서가 아닐까.
2026. 1. 3.(토) 20 : 48 5생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