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 EP 3. 경계

IP 실무자가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자동화 실험기

by 디지털 노마드 K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AI를 이용해서 만든 음악('고스타그램')의 뮤비 영상을 보았다. 뭔가 AI가 만들었다고 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가사도 그렇고 비트도 좋아서 듣는데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마치 산이(San E)나 딘딘이 불렀을 법한 감성랩 장르였다.


출처 ㅣ '심통봇' 유튜브 채널


25년 8월 31일에 공개되고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두 달이 채 안되었지만 조회수가 벌써 242만 회를 기록했다. 아직 못 들었다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뮤비를 한번 보길 추천한다.

링크 : https://youtu.be/6iJkm-hMD3k?si=L8eCBLfemA_Jwj7N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고스타그램'은 Suno.ai를 통해서 작곡을 했고, 영상 편집은 알리바바에서 만든 Text-to-Video 모델Wan 2.2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Suno.ai의 경우, 유료 요금제로 운영이 되지만 무료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미지_3.png 출처 : https://suno.com/home


그리고 Wan 2.2의 경우 25년 7월 28일에 알리바바에서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이다. 이전 버전보다 생성되는 영상의 품질이 더 좋아졌으며 중요한 점은 Apache 2.0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별도의 승인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상업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지_4.png 출처 : https://marcus-story.tistory.com/239


따라서 '고스타그램'을 만드는 데 있어서 전체적인 음악의 프로듀싱과 작사에만 사람의 개입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창의적인 행위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획력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내지는 '문제 정의'만 잘 내려주면 나머지는 AI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 와버렸다.


불과 몇 년 전 거품처럼 사라진 '메타버스'와는 다르게 AI는 실질적으로 우리의 일상부터 회사 업무 전반까지 많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생각해 보면 AI 덕분에 내가 바이브코딩도 하면서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쓸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AI는 발명자(창조자)가 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DABUS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DABUS 사건이란 미국의 개발자 테일러 스티븐 엘이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 'DABUS'가 스스로 새로운 발명을 창출했다고 주장하며 출원서의 발명자란에 AI의 이름을 적은 최초의 사건을 말한다.


다만, 결과는 대부분의 국가(대표적으로 미국, 유럽, 영국 그리고 한국)에서 AI 발명자에 대해 ‘불인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모두 "AI는 자연인이 아니므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은 DABUS를 발명자로 인정했고, 호주에서는 일시적으로 AI 발명자 표기가 가능하다는 판결이 1심에서 내려지기도 했지만 이후 항소심에서는 이를 인정하진 않았다.


AI가 단순한 도구(tool) 인가, 아니면 창조자(creator) 인가? 이 질문은 우리가 ‘창의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도구, 그러나 언젠가 동료가 될지도?


현재 AI는 여전히 발명자를 돕는 지원자의 역할이다. 내가 하는 업무에 빗대어 떠올려보면 특허 분류 작업, 기술 분석,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등에서 AI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보조자이자 조언자다.


하지만 이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만약 AI가

SNS·뉴스·논문·특허 데이터를 스스로 읽고,

불편과 비효율을 감지하며,

개선 방안을 설계하고,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자율적으로 수행한 뒤,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한다면?


그건 단순히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 '발명 활동의 주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AI가 발명자로서 직접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AI를 통해 발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지식재산권자로 등장하고 있다.


즉, 발명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발명을 ‘창출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을 설계한 사람이 발명자에 준하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시대인 것이다.




발명을 발명한다.


기업 내 IP 매니저로 일을 하다 보면 연구원들이 제출한 직무발명 신고서를 평가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실제 발명평가심의회를 진행해 보면 심사위원들이 “이게 진짜 새로운 아이디어인가요?”, “기존 기술과의 차별점이 명확하지 않네요”, "이게 사업성이 있나요?" 내지는 정말 직접적으로 "이게(이 기술이) 돈이 되나요?"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런 순간마다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이 ‘발명’이라는 행위 자체도, 이제는 다시 발명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발명할 것인가’를 다시 설계하는 일, 그걸 ‘발명을 발명한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특히 기술 난이도가 높고 트렌드 변화가 빠른 영역(예.. 반도체 등)에서는 발명자 스스로도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의 신규성과 진보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AI를 활용해서, 발명자가 직접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추석 연휴 기간 동안 ‘TRIZ 기반 발명 아이디어 지원 시스템’이라는 툴을 클로드를 통해 바이브코딩으로 만들어보았다.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사용법 및 설명은 추후 내 블로그에서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니 본 글에서는 간단하게 어떤 시스템인지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본 시스템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사용자가 VOC(Voice of Customer) 형태로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입력하면,

AI가 문제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복수의 해결안을 생성하며,

유사 특허를 검색해 AI가 기존 기술과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과거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적 가치(₩)를 추정하며,

최종 보고서를 생성한다.


그리고,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1️⃣ Ollama — 로컬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Ollama는 클라우드가 아닌 내 PC 안에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직접 실행시킬 수 있는 환경이다. 이를 통해 ChatGPT 같은 외부 API 없이도 무료로 Qwen 2.5, Llama 3.2, gemma 2, Phi-3 Mini 등 다양한 모델을 상황에 따라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구동한다.

TRIZ 단계에서는 AI가 40가지 발명 원리를 기반으로 3개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구체화 단계에서는 AI가 유사한 선행 특허를 참고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가치평가 단계에서는 AI가 IPC 코드를 판별하고,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상 가치를 산출한다.

즉, AI는 각 단계마다 역할이 다른 “가상 전문가”로 분리되어 작동한다. 구체적으로 각 단계별로 시스템 메시지를 상이하게 설정함으로써 각 업무에 최적화된 페르소나를 부여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다.


2️⃣ ChromaDB — 특허 지식을 기억하는 벡터 데이터베이스

AI에게 추가 '지식'을 제공하는 부분이다. 수천 내지는 수만 건의 특허 요약문을 임베딩(embedding) 방식으로 벡터화해 ChromaDB라는 로컬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AI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 이 벡터 공간에서 유사한 특허를 검색해 불러오고 그 특허들과의 차별점을 스스로 비교한다. 이 덕분에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데이터로 검증된 발명'으로 발전한다. 특히 IPC 코드, 출원인, 청구항 등 메타데이터가 함께 저장되어 AI가 기술 영역을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Pandas + Excel — 특허 거래 데이터 기반의 가치 평가

AI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결국 얼마짜리 발명인가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Pandas를 사용해 ‘국내외 IP 거래 데이터’를 불러오고 통계적으로 분석한다. AI는 ChromaDB에서 찾은 유사 특허들의 IPC 코드를 기반으로 같은 기술군의 거래 사례를 필터링하고, 중간값/평균값/표준편차를 계산해 해당 아이디어의 예상 가치(₩)를 추정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시스템의 차별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의 가치를 추정하는 원리 자체는 간단하나 여기에 사용되는 거래데이터는 일전에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직접 정비했던 데이터다. 그 당시 약 3만 건에 달하는 국내외 기술 거래 데이터를 정비했는데, 본 시스템에서는 바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를 추정하도록 구성했다.


무엇보다 이 거래데이터는 IP 업계에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실거래 데이터다. 특허 거래는 대부분 비공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금액이 공개된 거래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고, 오로지 내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할 예정이다.


아무튼 이를 통해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를 넘어서, 아이디어의 시장적 무게감을 금액 단위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회사가 실제로 이 기술을 사업화하여 벌어들이는 수익이 아니라 기술 자체(특허)가 지니는 잠정적 평가액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으로 아이디어의 사업성을 완벽하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특허 거래데이터에서의 금액은 그 기술을 사려는 수요자가 이 기술로 창출할 수 있는 미래의 이익을 가늠해 보고 그 기대 이익을 일정 비율로 환산해 책정한 값이다.


결국 기술 거래 금액은 그 기술이 얼마나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가, 즉 시장성과 사업성을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AI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이러한 거래데이터 기반으로 잠정 가액을 추정하면 특허가 단순한 기술 문헌이 아니라 사업화 가능한 기술 자산으로 더욱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4️⃣ Gradio — 모든 과정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위의 복잡한 과정을 사람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Gradio가 인터페이스를 맡는다.

1단계: VOC 입력 → TRIZ 아이디어 3개 생성

2단계: 선택 아이디어 구체화 (RAG 기반)

3단계: IPC 자동 분류 + 가치평가

4단계: Word 보고서 자동 생성

각 단계의 결과는 State 변수로 기억되며, 버튼 한 번으로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즉, 이 시스템은 단순히 발명을 '도와주는 AI'가 아니라 발명 아이디어의 논리적 근거와 시장적 설득력을 함께 제시하는 파트너인 셈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발명자는 복잡한 특허 검색식을 몰라도, '내 아이디어가 정말 새롭고 유용한가?', '이 기술이 시장에서 얼마의 가치가 있을까?'를 AI의 도움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심사위원 입장에서도, 데이터 기반의 ‘설득력 있는 발명’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시스템은 발명자와 평가자 간의 ‘신뢰의 간극’을 메우는 도구로서 의의를 지닐 것이다.


참고로, 본 시스템에 사용된 모든 기술 스택은 아래와 같다.

이미지_6.png




AI가 발명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발명해야 할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의 다수 입장이다. 하지만 이 논의의 결론보다, 그 과정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더 주목하고자 한다. AI가 발명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세상을 발명할 때, 인간은 무엇을 발명해야 하는가?”


나는 그 답이 ‘의미’에 있다고 생각한다. AI가 효율을 설계한다면, 인간은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AI가 기술을 만든다면, 인간은 기술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발명을 돕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AI가 스스로 발명을 하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 인간의 역할은 더 이상 '무엇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만드는가'일 것이다. 물론 IP 매니저로서 AI 발명자 지위 인정 여부나 국가별 제도 변화를 주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건 ‘AI와 함께 발명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스스로 설계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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