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기동력에 박차를...... 운전을 배워두자

보람찬 백수생활

by 보람찬 백수

유튜브 동영상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 속에서나 보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다. 공부를 한답시고 영상을 많이 보고 나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던 일이었다. 그러기에 막상 내 일이 되었어도 현실감이 떨어졌다.

영상 속에서는 대화를 하면서 하던데 정말 그게 가능할까? 나라면 이야기를 한마디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보고 배운 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말로는 다 못할 만큼 많은 것들이 궁금했고 내가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날은 생각만 했던 일들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백수가 되었을 때는 이것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백수일 때를 놓치지 말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급히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서른이 한참 넘었지만 아직 운전을 하지 못한다. 어른이 되면 운전부터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20살 성인이 되자마자 면허를 땄다. 너무 오래전이라 어떻게 땄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와 학원 새벽반을 다니며 면허를 땄었다.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에는 집에 차가 없었고 당연히 대학생이었던 나도 차를 살 형편이 되지 못했다. 무슨 생각으로 면허부터 땄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면허라도 따 둔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이후 장롱면허 기간이 길어 도로 주행 연수가 불가피했다. 그래서 일단 면허 학원에서 학원차로 일단 연수를 받아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연수를 받기 위해 통화한 분으로부터 차가 없으면 연수 후 운전을 계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으니 차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무조건 연수를 해 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통화한 담당자분을 잘 만난 것 같다. 결심한 김에 일단 운전부터 배우고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전화 통화 후 이번에도 차가 없어서 못 배우는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백수가 무턱대고 차를 살 수도 없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운전을 배운다고 바로 내 차를 운전할 자신도 없었다.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가족차에 보험을 넣어서 같이 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차를 사기보다는 이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차에 보험을 같이 넣어주시기로 하셨다. 그리고 몇 달을 기다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후 연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연수 날짜를 잡아 놓고 안 그래도 열심히 찾아보던 자동차 도로주행 동영상을 더 열심히 파고들어 보았다. 내가 너무 모르면 담당 선생님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운전에 자신이 없는 것도 공부를 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는 아닌 듯 설레게 하는 연수 날이 왔다. 담당 연수 선생님은 씩씩함을 장착하신 여자 선생님이셨다. 면허 시험을 본 지가 10년도 훨씬 넘어가는데 운전대를 잡으려니 선생님이 있다고 해도 조금 막막하였다.

‘백수로 살고 있는 내 마음 같구나!’

출발 당시 처음에는 감이 없어서 힘들었다. 첫날은 직진만 배우는 도로주행이었는데도 긴장이 많이 되었다. 앞차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보면 반가웠다. 나만 힘든 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동지애가 느껴졌다. 나에게 붙어있는 ‘초보운전’ 문구에도 같은 동지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초보끼리 붙어 있으면 힘들어요. 서로 비켜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시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초보들의 반가운 만남을 일단락시키셨다.

첫날 생각보다 먼 길까지의 도로주행을 하였다. 겁을 많이 먹은 나에게 선생님은 이 정도면 괜찮다며 칭찬도 해주고 운전을 가르치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며 사례를 들어 하소연도 하셨다. 그러나 첫날 첫 운행 끝에는 크게 위로는 안 되었다. 끝나고 나서도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진짜 내가 다녀온 건지 믿을 수 없을 만큼이다. 엄밀히 말하면 연수 선생님이 하신 일이지 싶다. 그래도 방지 턱 넘는 법, 유턴하는 것 등은 동영상을 봐둔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두 번째 날 연수 후 버스를 탈 일이 있었다. 운전 연수를 받은 후 버스를 타니 매우 편했다. 그날 버스기사님이 좌회전 신호가 바뀌려고 할 때 마지막까지 간당간당하게 지나가시려고 속도를 내었다. 그러는 바람에 차가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버스에 앉아가는 내내 너무 편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버스 타는 것이 불편해서 언젠가 운전을 배우겠노라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었는데 막상 운전을 배우니 버스가 가장 편해졌다. 차창 밖 경치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연수 때는 한여름 부암동의 그 예쁜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볼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세 번째 연수 날 차선변경과 주차, 네 번째 날 가장 많이 다니는 길 반복해서 외우기 등으로 연수를 마쳤다. 연수를 마쳐도 혼자 차를 운전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계속 자신이 없었다. 연수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선생님 없이는 계속 혼자 운전이 힘들 것 같았다. 연습을 많이 했던 자주 다니는 길을 혼자 운전해 보겠다고 다짐하고 차를 가지고 나가기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 그 코스는 짧은 코스인데 연수를 할 때는 그냥 갔던 길이 혼자 가는 도중에는 고민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아직도 생각나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설상가상으로 깜빡이를 반대로 켠 것 같다. 뒤에서 크게 ‘빵’하는 소리를 듣고 너무 놀랐다. 왜 클락션을 울렸는지도 한참 뒤에 알았다.

도로 위의 초보는 너무 힘들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눈치 볼 것이 너무 많다. 초보운전자는 차선을 변경할 때 매번 목숨을 걸고 바꾼다는 것을 경력이 오래된 운전자분들은 모를 것이다. 지금은 동승하는 선생님도 없어서 동영상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은 들지 않는다. 혼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필요성만 있다.

연수를 받아 두었으면 차를 열심히 가지고 다니면서 도로주행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필요할 때 운전도 해주면 좋겠다. 그러나 아직 그럴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미뤄둔 숙제를 한 것처럼, 오래 앓던 이를 뺀 것처럼 후련한 기분이 한 구석에 있다.


예전에 운전을 하는 것이 무섭다던 나에게

“운전은 할 줄 알아야지!” 당시 20살 갓 넘은 자녀도 운전학원에 보낸다며 당연한 듯 말했던 지인분의 말처럼 해야 하는 의무를 하나 이루어 낸 입장에서 말해본다.

“백수일 때 운전은 배워 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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