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어서 일어나, 제발 지옥 같은 이곳에서 날 꺼내줘, 이게 꿈이라면 어서 날 깨워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 30분에 맞추어놓은 핸드폰 알람소리가 오늘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잠이 덜 깬 몽롱한 의식으로 한 손을 뻗어 머리맡을 더듬어 알람을 껐다. 맨살에 온몸을 휘감아 돌아 달라붙은 이불속에서 밤새 늘어진 잠을 선뜻 떨치고 일어나기 싫어 침대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단잠에서 후다닥 몸이 깼다.
또다시 습관적으로 머리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7시 10분, 늦었다. 6시 30분 알람소리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5분만, 5분만 더 하는 미련 덕분에 40분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김 군은 아직 이불속에 남아있는 달콤한 늘어짐을 떨쳐내며 화장실로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거실에 진동을 하는 순간 비위가 뒤틀어졌다.
"뭐야!" 아침에는 생선 좀 튀기지 말아 달라고 몇 번이나 짜증을 냈었건만 엄마는 또 생선을 튀기고 계셨다. 후다닥 잠이 깬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짜증이 올라왔다. “에이 씨, 또 생선이야!” 세면대에서 면도를 하기 위해 거울을 쳐다보다가 잔뜩 찌푸린 자신의 모습이 방금 맡은 생선 냄새 보다 더 밉상으로 다가왔다.
“참자, 참자, 참자” 마음속으로 몇 번을 되새겨본다.
또 생선이냐고 성질을 내면 엄마는 그럴 것이다. “아이고야 내가 또 깜박했다 미안 허다. 냉장고에 고등어가 있기에 마땅한 찬거리도 없고 해서 튀겼어 담부턴 다시 아침에 비린 것 안 하마.” 하지만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은 김 군도 잘 알고 있었다.
젊어서는 나름 총명하다고 온 동리에 소문이 나신 분이었지만 칠십을 넘긴 이후로 자꾸만 깜박깜박하셨다. 처음에는 치매가 아닐까 의심해 보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대수롭지 않게 그 저 나이 들어감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겠거니 하고 넘어가 버렸던 것에서 몇 해가 더 흘렀다.
예상대로 밥상에는 프라이팬의 열기에 눈이 퀭하게 짓눌린 고등어 한 마리가 떡하니 드러누워 있다. 순간 화장실에서 참자고 했던 다짐은 까마득하게 멀어져 갔다.
"제발 아침에 생선 좀 튀기지 마세요, 튀기려면 창문이나 열어놓고 하시든가, 버스 타면 사람들 앞에서 얼마나 쪽팔리는데, 엄마가 출퇴근을 안 해봐서 그래요." 가뜩이나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출근길인데 옴짝 달싹도 못하는 그 틈바구니 속에서 비린내가 나면 얼마나 불쾌한 줄 알아요? " "
에고야 내가 또 깜빡했다. 그냥 오늘 아침만 묵고 가라 담부턴 참말로 안 그런다니까."
"됐어요, 맨 날 안 그런다고 하면서 또 자기 고집대로 하면서 뭘"
김 군은 차려놓은 밥상을 흘깃 쳐다보고 볼멘소리를 하며 현관문을 소리 나게 닫고 나왔다.
쾅하고 요란스럽게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조금만 참을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김 군은 대문 앞에서부터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아침에 게으름을 부리며 잠깐 덧잠을 잔 탓에 7시 30분 버스를 놓치게 생겼다. 서울 같으면 버스 배차 간격이 5분이나 10분 간격이겠지만 서울과 인접해 있는 신도시에서는 서울로 나가는 버스 배차간격이 20분씩이나 된다. 아침 출근 시간에 항상 타던 버스를 타지 않으면 영락없이 지각인 것이다.
"일단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배차간격이 정확하지 않으므로 몇 분 정도는 차이가 날 것이고 잘하면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숨을 헐떡거리며 정류장에 도착했을 무렵 버스에 사람들이 오르고 있었다. 김 군도 그들 틈에 끼여 가까스로 버스를 탔다. 강변북로로 접어들기 마지막 버스정류장인 탓에 버스는 항상 만원이었다.
좀 여유가 있는 날이면 운동도 할 겸 서너 정거장을 걸어 자리가 날만한 곳에서 버스를 타곤 했었는데 오늘은 꼼짝없이 1시간 정도를 서서 가게 생겼다. 그래도 이 버스를 놓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싶었다.
버스는 빠른 속도로 동양메이저타운 앞 사거리를 지나 장항 IC를 들어섰다. 아침햇살을 받은 자유로 한강 변은 갓 잡아 올려 펄떡거리는 싱싱한 갈치 비늘처럼 빤짝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하던 차 안이 조금씩 술렁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