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과 고양이(2)

버스 안에서

by 푸른고래


“이게 무슨 냄새야.”

“똥냄새 같은데”

“누가 똥 쌓나? 거 냄새 한번 되게 고약하네"

"도대체 누구야?”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불편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김 군 옆에 서있던 젊은 아가씨는 코를 막고 잔뜩 찌푸린 얼굴로 K를 아래위로 훑고 있었다. 분명 이건 똥냄새다. 김 군도 불쾌감이 확 밀려왔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침 생선냄새에도 비위가 뒤틀어진 터였는데 이번엔 똥냄새까지 사람 속을 뒤집어 놓네.”라고 툴툴거리며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따가운 눈길이 느껴졌다. 순간 김 군은 당황해서 자기 몸을 두루 살피기 시작했다.


어. 떡. 게. 이. 런. 일. 이


황당하다 못해 황망하기까지 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냄새의 원인은 그의 발밑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버스를 놓칠까 봐 현관에서 급하게 뛰어내려오며 대문까지 네다섯 걸음 잔디마당의 발밑을 살피지 못하고 고양이 똥을 밟은 것이 이 오늘 최대의 실수였다.


단독주택에 사는 김 군의 마당은 길고양이의 천국이다. 더구나 몇 해 전에는 계단 밑에 있는 창고에 새끼를 낳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몇 걸음 안 되는 작은 마당이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 이 녀석들이 마당에 똥을 싸놓는데 그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사람 똥 보다 더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 쉽게 사라지지도 않고 지독히도 오래갔다.

한 번은 계단에 물청소를 하다가 잔디 위에 있던 고양이 똥을 치웠던 적이 있는데 똥냄새에 이어 비릿한 개비린네 닮은 냄새까지 나는 것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었던 것을 김 군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도 아마 놈들이 밤새 싸질러 놨던 것을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보지 못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신발뒤축에는 뭉개진 똥 자국이 선명히 묻어 있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말을 이쯤에 쓰면 딱 어울리겠지 싶었다. 자신의 바짓가랑이 사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똥 냄새를 확인한 순간 귓불 마디마디까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시내였다면 다음 정거장에서 내릴 때까지 불과 1-2분 정도 이 당혹스러운 현장을 견디면 되지만 버스는 이제 겨우 방화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아침 출근시간의 자유로는 거의 매일 정체와 지체구간이 있다. 이제 조금 지나면 가양대교서부터 성산대교 까지는 밀릴 것이다. 거기까지 적어도 40분 정도는 걸릴 것이고 버스는 성산대교를 건너 여의도 국회 앞에 이르기까지 빨라야 15분이다. 중간에 정류장은 없다. 그렇다고 자유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달라고 할 수도 없고 꼬박 한 시간을 이 상황에서 버틸 수밖에 없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었지만 이것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김 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내 모습을 차라리 보지 말자, 남들이 힐긋거리는 시선을 마주치지 말자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풍겨 나오는 냄새는 어찌할 것인가? 여기저기서 신경질 적으로 창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귓가에 깍 깍 까마귀 떼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나마 날씨가 도와주었다. 강변을 지나치며 불어오는 바람이 버스 안의 공기를 밖으로 순환하고 있었으니 청명한 가을 하늘에 바람마저 시원했던 것이 최대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말이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흘러 허리춤까지 축축하게 젖어 내려갈 무렵 “이번 정차할 곳은 국회 앞입니다.”라는 버스 안내방송이 환희의 송가처럼 들려왔다.


버스 뒷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 틈새에 끼어 있던 김 군도 버스에서 뛰어내리다시피 하여 근처에 보이는 빌딩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구두부터 닦고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하자. 사무실은 63 빌딩 근처까지 몇 정거장 더 가야 했지만 지금은 지각이 문제가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신발을 벗어 구두바닥을 물로 닦고 신경질적으로 휴지를 풀어 물기를 닦아내고 비누칠을 몇 번을 반복해서 손을 씻었다. 그런 다음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페브리즈를 한통 사서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온몸 구석구석까지 뿌려댔다.

'조금 걸어야겠다. 몸에서 똥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지각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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