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과 고양이(5)

작전의 시작

by 푸른고래

퇴근 후 동료들과의 가벼운 술 약속을 치과 치료 중이라 못 가겠다고 둘러대는 것으로 오늘 지각에 대한 사유를 완벽한 거짓말로 마무리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고양이 똥을 퇴치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우선 가장 하기 쉬운 방법인 식초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마치 연구소에서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비커와 실험 막대를 갖고 실험하듯 주방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사과 식초 한 병을 들고 나와 식초 : 물을 1:1의 비율로 섞었다. 진저리 처질만큼 시큼한 냄새가 코를 진동했다. 현관 계단부터 대문에 이르는 마당길목 주변 즉 고양이가 똥을 놓는 장소를 중심으로 해서 반경 1미터 내에 희석한 식초를 뿌려놓았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어서 일어나 ~~~ 제발 지옥 같은 이곳에서 날 꺼내줘, 이게 꿈이라면 어서 날 깨워줘"로 시작되는 핸드폰 알람 소리에 후다닥 몸이 먼저 일어났다. 랩가수의 걸쭉한 목소리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진짜로 지옥으로 떨어트려 버릴 듯한 기세로 아침잠을 깨우고 있었다.


어제 아침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어나기 싫어 뭉그적거리는 것과는 달리 알람소리가 미처 다 울리기도 전에 즉각 반응하여 일어난 것이다. 김 군은 아직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대한 미련을 떠올리기도 전에 아래층 현관으로 향했다. 버튼을 누르자 띠리릭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찬바람이 확 얼굴을 디밀었다.


계절은 하루가 다르게 겨울로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가을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성큼 앞질러 현관 앞을 서성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싸늘한 바람에 운동복 앞을 여미며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며 계단 중간쯤에서 마당을 둘러보았다.


"흐흐흐 없다. 녀석이 냄새를 맡고 식겁했나 보다. 에이 생각보다 싱겁잖아!"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 왜 그동안 생각을 못했었는지... 김 군은 왠지 바람이 잔뜩 들어 탱탱해 있던 풍선이 피시식 하고 한순간에 가라앉아 흐물흐물 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맹맹한 느낌을 독한 담배 연기로 대신하며 거푸 두 대를 피워댄 후 집안으로 들어와 출근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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