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아카이브
자영업을 정리하고 11년째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뇌동맥류로 코일색전술을 받았고, 허리디스크로 입원을 했고, 갑상선항진증으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그렇게 건강을 잃어보니 익숙한 이 출근길이 얼마나 감사한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멀쩡한 상태로 눈을 뜨고 출근 준비를 하고 이렇게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자체가 즐겁다. 뇌출혈 직전에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천운이라고 했다. 하마터면 뇌출혈로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의 삶은 내게 다시 주어진 찬스이자 덤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10분. 그 10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일기는 하루를 보낸 뒤 저녁이나 밤에 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무사히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일기를 쓰기로 했다. 즉, 나의 일기는 전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밤에 잠들 때도 '나는 내일 아침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나 일기를 쓸 거야.'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10분 동안의 일기가 내 삶의 아카이브가 되는 것이다. 나는 기록하는 일을 좋아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기록하다 보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아주 쉽게 지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나의 뇌 기억은 용량이 크지 않아 기록이라는 매개체가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인관계, 일상, 업무, 운동 등 내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기록되고 내 삶의 아카이브가 된다. 인간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늘의 기록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출근길 10분 동안 기록을 하며 오늘을 잘 살아내고자 어제를 요약하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