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피아노학원 원장님
출근길에 매일 들리는 편의점이 있다.
"안녕하세요?"
가게에 들어서면 환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를 해주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있다. 그 아르바이트생을 처음 만났을 때 당연히 편의점 주인인 줄 알았다. 그분은 대략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데 고상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편의점 주인일 거라는 나의 추측은 편견이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편의점을 나설 때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무표정하거나 피곤한 얼굴로 형식적인 인사를 했었다. 출근길에 자주 편의점에 들러 커피도 사고 유산균 음료도 사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 아르바이트생은 이웃 동네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신다고 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주인일 거라는 나의 추측이 빗나가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50대라는 나이와 분위기, 친절한 태도에서 나는 왜 그분을 편의점 주인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편견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마음 곳곳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편견들이 스며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출근길 아침, 처음으로 마주치는 타인에게 하루를 잘 보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서 가끔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을 땐 그분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다음 날 다시 그분을 마주한다.
"정미 씨, 감기 걸리셨나 봐요. 요즘 감기 오래가는데, 병원은 다녀왔어요?"
가라앉은 내 목소리를 듣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딱 한번 이름을 물으시더니 그 뒤로 꼭 내 이름을 불러주신다. 어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내 이름을 불러주겠는가? 참 감동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이런 인연도 있구나 싶다. 한 번은 텃밭에서 키운 무를 가져다 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셨다. 작은 것에도 너무 감사하게 받아주셔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사람은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낄 줄 알고,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줄 아는 태도. 나와 만나는 순간은 피아노 학원 원장이 아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짧은 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순간에도 매 순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 나는 출근길 아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인생을 배운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자신의 인생뿐 아니라 타인의 일상도 더불어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