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가 된 으뜸이

달리는 병아리-<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공모전 >

by 청비

“바스락" "바스락”

어느 시골 마을 외양간 안에 둥지를 튼 어미 닭이 새끼를 낳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알들이 깨어납니다.

“어머! 이렇게 예쁜 병아리는 처음 봐!”

외양간 안의 소들이 갓 태어난 병아리 한 마리를 두고 말했습니다.

“그러게. 다른 병아리들에 비해서 팔, 다리가 길고 깃털이 새하얗고 뭔가 다르긴 달라.”

외양간 주변에 모여든 오리 떼들이 입을 모아 칭찬을 합니다.

“이 병아리가 내 새끼라고? 정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아이야.”

“이 아이의 이름은 아름이로 지어야겠어.”

엄마 닭은 그 병아리를 꼬옥 감싸 안으며 감동했습니다. 다른 여섯 마리의 병아리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엄마 닭을 바라봅니다.


‘남매들 중에서 내가 제일 예뻐.’

아름이는 우쭐대며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엄마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나 봐. 매일 아름이만 안아주고 예뻐하시잖아.”

여름이가 울상을 지으며 으뜸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엄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하실 거야.”

으뜸이는 여름이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위로를 합니다. 하지만, 으뜸이도 속상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으뜸이는 속상할 때마다 동네 언덕을 달려서 올라갔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달리다 보면 숨이 차고 힘들었습니다. 달리는 그 순간은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동생들을 잘 타이르고 이끌어야 해.’

으뜸이는 매일 생각합니다. 으뜸이는 일곱 남매 중 첫째입니다.

“애들아! 밥 먹어라!”

엄마 닭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름아, 사이좋게 나눠 먹어야지.”

사료가 가득 담긴 밥그릇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아름이에게 으뜸이가 말합니다.

“내가 먼저 먹을거야. 여기서 내가 제일 예쁘잖아. 너흰 모두 못생기거나 평범하게 생겼어.”

“그러니까, 비키라고!”

아름이가 앙칼지게 대답했습니다.

“아름아, 우린 남매야.”

“네 외모가 예쁘게 생긴만큼 마음도 예뻐졌으면 좋겠어.”

으뜸이는 아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밥을 먹었습니다.


“난 원래 예쁘게 태어난 몸이야.”

“평범하게 생긴 너희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아름이는 으스대며 매일 먹고 놀기만 했습니다.

맞아. 우린 평범한 병아리에 불과해.”

아름이에게 무시를 당한 동생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하찮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모습에 으뜸이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큰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며칠 전 마라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으뜸이는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언덕을 달리면서 달리기가 좋아졌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다보니, 으뜸이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애들아, 내가 이번에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어. 응원해줘.”

으뜸이는 동생들에게 마라톤 참가 소식을 전하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아름이는 으뜸이가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질투가 났습니다.

“마라톤, 그까짓 거 나도 할 수 있어! 난 특별한 아이니까!”

아름이도 덩달아 출발선에 섰습니다.


“탕!”

시작 총소리와 함께 수많은 동물들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흥! 제까짓 게 뛰어 봤자지.”

“그래봐야 넌 평범한 병아리에 불과해. 예쁘고 잘난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게다가 난 다리가 길어서 빨리 뛸 수 있을거야."

“우승은 당연히 내 차지가 되겠지?”

아름이는 달려 나가는 으뜸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웃었습니다.


장거리 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마라톤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지치기 시작합니다.

으뜸이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지만,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동생들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동생들에게 희망이 돼야 해.’

으뜸이는 아름이로 인해 상처를 입은 동생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달렸습니다.


그동안 아름이는 자신의 외모에 심취되어 먹고 놀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점점 체중이 늘어나고 달리는 데 힘이 들었습니다.

“뭐야,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더 이상은 못 가겠어.”

아름이는 시원한 나무 그늘아래에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아름아, 힘을 내! 같이 가자!”

으뜸이가 아름이를 일으키며 말을 했습니다.

“난 그만 포기할 거야. 어차피 나처럼 특별하게 태어난 아이는 마라톤 따위 못해도 괜찮아.”

아름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으뜸이는 혼자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결승선이 눈앞에 보입니다.

저 멀리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동생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에 엄마도 함께 서 있습니다.

으뜸이는 숨이 멎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야호! 우리 형이 1등이야!”

“우리 오빠가 마라톤 우승자라고!”

결승점에 1등으로 골인한 으뜸이를 향해 축하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으뜸아, 미안해.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 어미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구나.”

“엄마는 너희 모두를 사랑한단다. 이리 오렴.”

엄마 닭이 병아리들을 끌어안았습니다.


으뜸이가 마라톤 경기를 시작하고 남매들은 엄마 닭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우릴 사랑하세요? 매일 아름이만 예뻐하는 엄마와 우리를 남매로 생각하지 않는 아름이 때문에 우린 힘들었어요.”

“못생기거나 평범하게 태어나도 우린 모두 엄마 자식이잖아요.”

“으뜸이 형은 외롭고 힘들 때마다 달리기를 했어요. 그래서 저렇게 잘 달리게 되었어요.

그러자, 엄마 닭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으뜸이는 그날 이후 동네에서 제일 인기 많은 병아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해서 세계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입니다.

“타고난 것에 자만하거나, 주눅들 필요는 없어. 시간이 그만큼 충분하지 않아.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거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움직여야 해.”

으뜸이가 동생들에게 말합니다.

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가의 노트>

안데르센의 원작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오리는 자신의 눈으로 자아를 바라보지 못합니다. 타인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곧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원작에서는 남들과 다르게 (못생긴 ) 생긴 오리를 등장시켰지만, 저는 남들과 다르게 (예쁘게 )생긴 병아리 아름이를 등장시켰습니다.

저는 원작을 각색해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고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으뜸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반면 타인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곧 성취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외모에만 심취되어 있는 아름이를 그렸습니다. 타고난 것에 의존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이거나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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