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나라

게르다와 카이의 대모험-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공모전>

by 청비

아주 마음씨가 고약한 악마, 트롤이 살고 있었어요.

트롤은 쓰레기 왕국을 만들어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지요.

그 누구라도 트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쓰레기가 꽃으로 보이게 되는 이상한 현상을 겪게 돼요. 반대로 꽃은 쓰레기로 보이게 된답니다.

온 세상을 쓰레기 왕국으로 만들려는 트롤의 계략이었어요.


어느 도시 변두리에 카이와 게르다가 살았어요. 그 둘은 아홉 살이 된 친구 사이였지요.

책을 좋아하는 카이는 정원에 누워 책을 펼쳤어요.

따스한 봄 햇살이 카이의 두 눈을 간지럽히자, 카이는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온 세상이 잿빛으로 물든 황량한 벌판이었어요.

카이의 꿈속에 나타난 트롤이 카이의 두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봤어요.

“누구세요? 저를 아세요?”

카이는 아무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트롤에게 물었어요.

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의 트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사라졌지요.


“카이! 카이!”

“자는 거야? 이것 좀 봐! 내가 키운 수국이야. 정말 예쁘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게르다가 작은 화분에 핀 분홍색 수국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 카이는 얼굴을 찌푸리며 게르다를 쳐다봤지요.

“뭐야? 이 쓰레기는!”

카이는 버럭 화를 내며 게르다가 들고 있던 화분을 내팽켜쳤어요.

그러자, 화분이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말았어요.

“카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운 꽃인데?”

게르다는 그만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어요.

“꽃이라고? 내 눈에는 분명 쓰레기로 보이는데?”

카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게르다를 바라봤지요.

잔뜩 화가 난 게르다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어요.


이웃집 담장 너머로 동백꽃이 한 아름 피었어요. 아름답게 피어난 동백꽃이 카이의 눈에는 쓰레기 꽃으로 보였지요.

그 후로 카이의 눈에는 쓰레기를 파는 가게도 보였어요. 바로 꽃가게였지요.

왜 사람들은 돈을 주고 쓰레기를 사갈까? 쓰레기를 들고 가게를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이 왜 밝을까? 카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더 이상한 일은 길거리가 온통 꽃 천지였지요. 사실은 쓰레기가 마구 떨어져 있었거든요.


“카이! 넌 마법에 걸린 거야.”

긴 꼬리를 뽐내며 날아온 제비가 말했어요.

“제비야, 무슨 말인지 자세히 얘기 좀 해줄래?”

카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제비를 바라보았지요.

“넌 트롤의 마법에 걸려서 세상의 모든 꽃들이 네 눈에는 다 쓰레기로 보이게 되는 거란다.”

제비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아, 그래서 게르다가 준 꽃이 쓰레기로 보였구나.’

순간 카이는 게르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카이가 말했어요.

“글세 우선 트롤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제비는 카이의 주변을 빙빙 돌며 말했어요.


카이는 생각했어요.

‘게르다가 나 때문에 많이 속상할 거야. 먼저 사과를 해야지.’

게르다를 찾아간 카이는 제비가 들려준 이야기를 했어요.

“게르다, 내가 미안해. 많이 속상했지?”

카이는 게르다의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아니야, 그건 네 탓이 아니잖아. 우리 같이 트롤을 찾아가 보자.”

카이와 게르다는 기분 좋게 화해를 했어요.


게르다와 카이가 먼 길을 떠났어요.

“구름아! 쓰레기 왕국이 어디 있는지 아니?”

하늘 높이 흘러가는 뭉게구름에게 카이가 말했어요.

“쓰레기 왕국? 거기로 가는 길은 매우 험해. 나도 그 근처에 갔다가 된통 혼났었어. 악취가 얼마나 심한지 눈물이 다 났었단다. 그곳을 너희 둘이서 가려고?”

구름이 대답했어요.

“응.” 게르다와 카이는 구름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요.

“구름아, 고마워. 너에게 이 양산을 선물로 줄게.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이 양산을 쓰렴. 우리보다 너에게 필요할 것 같구나.”

게르다는 가방 안에서 양산을 꺼내 구름에게 선물로 주었어요.


게르다와 카이는 다시 길을 나섰지요.

“으~~윽! 이게 무슨 고약한 냄새야?”

갑자기 어디선가 심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어요. 게르다와 카이는 손으로 코를 움켜잡았어요.

고약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따라가니 길가 옆에 작은 시냇물이 흘렀어요.

“아이고, 아이고~~ 내 새끼.”

시냇가에 작은 버들치 한 마리가 죽어있었어요. 죽은 아들 버들치를 끌어안고, 엄마 버들치가 통곡을 하고 있었지요.

“버들치 아주머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카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이게 다 쓰레기 왕국 때문이란다. 우리가 살던 시냇물이 쓰레기 때문에 오염이 돼서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지 뭐야. 우리 아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버들치 아주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어요.

게르다와 카이는 그 말에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아주머니, 힘내세요. 저희가 쓰레기 왕국으로 가서 트롤을 무찌르고 올게요.”

카이는 씩씩하게 말했어요.

“애들아, 조심해야 한다. 트롤은 굉장히 무서운 악마란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할게. 그리고 이걸 가져가거라.”

버들치 아주머니께서 초록색 복주머니를 주셨어요.

게르다와 카이는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먼 길을 떠났어요.


둘은 심한 악취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쓰레기 왕국으로 가기 위해 꾹 참았지요.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곳에 큰 장벽이 나타났어요.

게르다와 카이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었지요.

“이를 어쩌지?”

게르다가 카이를 보고 울먹이면서 말했어요.

“게르다,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든지 다 해결책이 있는 법이니까. 일단 잘 살펴보고 생각을 해보자.”

카이는 장벽 가까이 다가가 살폈어요. 그 장벽들은 온갖 쓰레기들이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것이었지요. 종이, 비닐, 플라스틱, 고철들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한데 엉켜 있었어요.

“이게 다 뭐야? 쓰레기를 분리수거 해서 버리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게르다는 주말마다 아빠가 분리수거를 하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말도 마라. 쓰레기를 마구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단다. 이 장벽이 바로 그 증거잖니.” “이곳은 공해도 심각해서 얼마 전부터 새들은 깃털이 빠지는 이상한 병에 걸리고 말았단다.”

“너희는 이 장벽 너머 쓰레기 왕국으로 갈 모양이구나?”

오래된 고목 나무 위에서 까치가 말했어요.

게르다는 그동안의 일들을 까치에게 설명해 주었지요.

“카이! 우리 얼른 이 장벽을 치우자!”

게르다는 플라스틱, 비닐, 종이, 유리, 고철로 종류를 나누어 분리 작업을 시작했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참 딱하구나. 너희 둘이서 이 장벽을 치우는 건 무리야.”

까치가 제 친구들을 불러 모아 게르다와 카이를 도와주었어요.

“애들아, 너무 고마워.”

게르다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까치들에게 말했어요.

“오히려 우리가 고마워. 이 쓰레기 장벽을 치워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곳은 우리가 자주 드나드는 곳이란다. 이게 너희가 가는 길에 도움이 될 거야.”

까치가 카이에게 빨간 복주머니를 주면서 말했어요.


둘은 장벽을 뚫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한참을 걷자, 저 멀리 쓰레기 왕국이 보였어요. 벌써부터 고약한 악취가 나기 시작해요.

왕국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냇가와는 차원이 다른 심한 냄새에 정신이 없었어요.

“카이! 우리가 더 갈 수 있을까?”

게르다는 마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생각에 불안했어요. 그 순간 버들치 아주머니가 준 초록색 복주머니가 스르르 풀리더니, 좋은 향기가 났어요.

그 복주머니는 좋은 향기가 나는 천연방향제였어요.

“얼른 서두르자!”

게르다와 카이는 정신을 차리고 왕국으로 향했어요.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찾아왔느냐?”

어디선가 트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네가 내 눈을 이렇게 만들어버렸잖아? 원래대로 돌려 놔!”

카이는 무서웠지만, 용기 내어 말했어요.

“으하하하하! 내 눈과 마주치는 사람은 다 그렇게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되지. 하지만, 나를 만나기 전부터 그런 눈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아. 모두 내 탓은 아니라고.”

트롤이 한바탕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어요.


*맞아요.

세상에는 꽃을 꽃으로 보지 못하는 눈 먼 사람들이 많았어요.


“내 눈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방법을 말해!”

카이는 트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이 세상의 모든 쓰레기가 사라져야 네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그건 불가능하지.”

트롤이 말했어요.

게르다와 카이가 아무리 쓰레기를 치운다고 해도 이 세상의 쓰레기를 전부 치울 수는 없을 거에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보다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니까요.

카이는 눈앞이 캄캄했어요.


자신은 어쩔 수 없이 꽃이 쓰레기로 보이는 눈을 가졌지만, 이제 자신처럼 트롤에게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까치가 준 빨간 복주머니가 떠올랐어요.

카이는 트롤의 무서운 눈을 향해 빨간 복주머니를 힘껏 던졌어요.

그러자 복주머니가 스르르 풀리더니 하얀 연기가 일어났어요. 그 복주머니안에 눈을 멀게하는 독한 연기가 가득 들어 있었지요.

“으으윽~~ 내 눈!”

트롤이 눈을 뜨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이 녀석들! 감히 내 눈을!”

이제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하는 트롤이 비틀비틀 거리다 쓰러졌어요. 하지만, 금방 일어날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이 쓰레기 왕국을 우리가 없애 버릴 거야! 오랜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카이가 트롤에게 소리쳤어요.

그러자, 트롤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게르다와 카이를 둘러쌌어요.

게르다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지요.


그때였어요.

높은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슝’하고 날아왔어요.

“카이! 게르다! 어서 나에게 올라타!”

뭉게구름이 자신의 등을 내밀며 말했어요.

“네가 준 양산 덕분에 더위를 피할 수 있었어. 고마워.”

뭉게구름이 미소를 지었어요.

“아니야, 우리가 고마워. 네 덕분에 쓰레기 왕국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잖아.”

카이가 뭉게구름을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야호! 우리가 해냈어!”

게르다와 카이가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질렀어요.


집으로 돌아온 게르다와 카이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또 주웠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그러던 어느 날 집 담장 밑으로 빨간 장미꽃이 화사하게 피었어요.

“카이, 이건 장미꽃이야. 쓰레기가 아니야.”

게르다가 카이에게 말했어요.

“그래. 장미꽃이야. 내 눈에도 그렇게 보여.”

다시 원래의 눈을 찾은 카이는 눈물을 흘렸어요.

“아 정말? 카이! 정말 다행이야.”

게르다도 카이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용감하게 트롤을 물리친 카이에게 더 밝고 예쁜 눈이 생겼어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게르다와 카이는 지금도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워요.

먼 훗날 쓰레기 왕국이 사라지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게르다와 카이는 그곳에 푸른 정원을 만들기로 약속해요.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아래 울창한 나무들이 살지요.

나무들 사이에 제비랑 까치가 집을 짓고요. 그 아래 작은 연못에는 버들치 가족이 오순도순 살지요. 모두가 평화롭고 고요하게 살아가는 곳이에요.

게르다와 카이는 그곳을 ‘고요한 나라’라고 불러요.


<작가의 노트>

안데르센의 원작 ‘눈의 여왕’에서 유리 조각으로 인해 이 세상이 추하게 보이는 마법에 걸린 카이와 친구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게르다가 등장합니다.

원작에서는 순수한 마음과 희생만이 사랑을 영원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참으로 귀한 원작입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목이 ‘눈의 여왕’인 것입니다. ‘사악한 눈의 여왕보다 게르다와 카이에게 초점이 맞춰진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봤습니다.

저는 귀한 원작의 각색을 통해 환경오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금의 우리, 그리고 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전해지길 바랍니다.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쓰레기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카이가 본래의 눈을 되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트롤을 물리친 점에서 타인을 위한 카이의 희생정신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카이의 눈을 되찾은 후에도 게르다와 카이는 계속해서 동네의 쓰레기를 줍고, 사람들에게 외칩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게르다와 카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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