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팔이 소녀

크리스마스이브의 선물-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공모전>

by 청비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소녀의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마야’입니다.

마야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마야에게 화를 냅니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너 때문에......”

마야의 어머니는 마야를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내가 죽은 원인을 마야라고 생각하는 아버지는 마야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흑흑흑......”

마야는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하늘에서 하얀 눈이 펑펑 내립니다.

맨발에 허름한 옷을 걸친 마야의 몸에는 멍 자국이 많습니다.

몸에 하나씩 멍 자국이 늘어날 때마다 마야의 가슴은 무너져내렸습니다.


마야가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어제 팔다 남은 성냥 세 개가 있었습니다.

‘이걸 팔아서 돈을 들고 가지 않으면 아버지는 또 화를 내실 거야.’

추운 겨울날, 마야는 골목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마야는 힘없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하하하” “호호호”

길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요.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케익상자와 선물꾸러미를 든 사람들이 마야를 지나칩니다.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순간 마야는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된 것 같았어요.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때였습니다. 두꺼운 코트를 입은 신사의 지갑을 훔치는 또래의 여자아이가 보였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마야가 있는 골목 귀퉁이에서 지갑 안을 확인합니다.

“애! 너 그런 짓 하면 안돼.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은 나쁜 일이야.”

마야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네가 무슨 상관이야?”

여자아이는 마야를 향해 버럭 화를 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애는 며칠째 굶어서 배가 고팠습니다.

“애, 내가 맛있는 빵과 우유를 줄게. 그 지갑은 다시 주인에게 돌려줘.”

마야가 말했습니다.

“네가? 너도 내 신세나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여자아이는 마야를 훑어보더니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마야가 성냥 하나를 꺼냅니다.

마야가 가지고 있는 성장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성냥입니다.

‘이건 돈을 받고 팔아야 효과가 있는데...... 아까운 성냥만 버리는 건 아닐까?’

하지만, 마야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제발 저 아이에게 맛있는 빵과 우유를 주세요.’

성냥을 켜자 주변에 환한 빛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의 품에 빵과 우유가 가득 담긴 봉투가 들려있었습니다.

“이게 꿈은 아니지? 꿈이라면 난 절대 깨고 싶지 않아. 고마워. 누가 나한테 관심을 가져주고 도움을 준 일은 처음이야.”

“이 지갑은 바로 경찰서에 가져다줄게. 사실 나도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았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게. 약속해.”

여자아이는 마야의 두 손을 꼭 잡았어요. 그리고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휴~~ 소원이 이루어져서 다행이야.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참 신기하기도 하지.’

‘이제 성냥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어. 얼른 이거라도 팔아서 돌아가자.’


마야는 다시 힘을 내어 소리쳤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그러나 사람들 귀에 마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거리엔 온통 크리스마스이브의 축제 분위기로 가득 물들었거든요.

저 멀리에서 마야를 향해 달려오는 소년이 보였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소년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마야 뒤에 숨었습니다. 곧바로 덩치 큰 불량배들이 몰려왔습니다.

“어라? 애는 또 뭐야?”

험상궂게 생긴 불량배가 마야를 노려봅니다. 마야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 소년을 도와줘야 해. 하지만, 이제 남은 성냥은 두 개야.’

마야는 화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일단 소년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마야가 성냥에 불을 켜자 주변이 환한 빛으로 물들더니, 하얀 연기가 일어납니다.

쭈~욱 쭉~

갑자기 마야의 키가 커지고, 힘이 불끈 솟아오릅니다. 마야는 그 불량배들을 번쩍 들어 올렸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 애는 사람이 아니야.”

“얼른 도망가자!”

불량배들은 부리나케 도망쳤습니다.

“누나! 고마워.”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남은 성냥은 딱 한 개입니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팔아야 오늘 밤 마야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리어커에 폐지를 싣고 힘겹게 끌고 오는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구멍 난 신발에 얇은 점퍼를 입은 할아버지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불안해 보였죠.

‘그래. 아버지한테 야단을 맞더라도 저 할아버지를 도와드려야 해.’

마야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성냥을 켰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털신을 신고,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변했어요.

“이게 무슨 일이야? 네가 요술이라도 부린 거니?”

할아버지는 신기한 듯 두꺼운 점퍼를 만지작거리며 마야를 향해 웃었습니다.


이제 빈털터리가 된 마야는 꽁꽁 언 몸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대문 밖에서 한참을 서성입니다.

오늘 밤, 아버지에게 혼날 일들이 끔찍하게 떠올랐으니까요.

하지만, 마야는 오늘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았어요.

이윽고 용기를 내어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안에는 빵과 우유가 넘쳐나고, 따뜻한 겨울옷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이게 다 네가 착하게 살아서 주는 복이라고 하더구나.”

무슨 일인지 아버지께서 마야를 반기면서 말씀하셨어요.

사실, 세 개의 성냥이 켜지면서 마야의 소원도 함께 이루어졌어요.

“마야야. 그동안 아버지가 잘못 살았다. 어미 없는 불쌍한 너를 괴롭히기나 하고. 앞으로는 아버지가 열심히 돈 벌어서 네 뒷바라지도 다 할게.”

“마야야, 정말 미안하다.”

아버지는 마야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마야도 아버지를 따라 펑펑 울었어요.

창밖으로 흰 눈이 펑펑 내립니다. 오늘은 마야가 잊지 못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브에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받았으니까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그 세상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분위기처럼 아름답겠죠? 모두가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가정폭력에 희생당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김혜자 선생님의 말처럼 그 누구도 어린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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