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엄지공주

탄생의 명분- <브런치x 저작권위원회 공모전 >

by 청비

“어머나, 세상에! 저렇게 작은 사람은 처음 봐. 게다가 주근깨 투성이에 못생겼잖아.”

엄지 공주를 본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내가 봐도 난 정말 작고 볼품없어.’

엄지 공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픔에 잠겼습니다.


어느 날 엄지 공주가 산책을 나갔습니다.

“애! 자칫하면 발길에 치이겠어. 너처럼 조그만 사람은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게 좋겠어.”

길을 걸어가던 아주머니께서 눈을 치켜뜨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가시가 되어 공주의 가슴에 박혔습니다.

“죄송해요.”

엄지 공주는 습관처럼 재빨리 사과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공주는 커튼을 닫았습니다.

창밖 세상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습니다.

슬픈 울음소리가 어두운 방안을 가득 메웁니다.

‘이렇게 태어난 건 내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 내 꼴을 봐. 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가 봐. 사람들한테 민폐만 끼치는......’

엄지 공주는 사람들의 비난 섞인 말들을 떠올리며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바깥세상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엄지 공주.

엄지 공주는 그런 바깥세상이 그리웠습니다. 슬그머니 창가로 걸어가 커튼의 모서리를 살짝 제쳤습니다.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저 속에 섞여 살아가고 싶어.’

엄지 공주는 소원을 말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골목에 시커먼 봉고차 한 대가 정차했습니다. 거기서 복면을 쓴 낯선 남자 둘이 내렸습니다.

엄지 공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밤 9시 28분,

공주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골목 모퉁이에 숨어 그 낯선 사람들을 쳐다보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심호흡을 하고 미행을 하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조용히 하고, 잘 따라와.”

“알았어. 얼른 서둘러서 끝내자고.”

두 사람은 무언가 나쁜 짓을 벌일 계획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지 공주는 살금살금 걸어가면서 조심스럽게 미행했습니다.


그들이 어느 작은 빌라로 들어갔습니다.

그 빌라의 이름은 ‘행복 빌라’입니다.

행복 빌라 303호.

복면을 쓴 사람들이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보세요? 저는 엄지 공주라는 사람이에요. 복면을 쓴 남자 둘이 행복 빌라 303호로 들어갔어요. 얼른 출동해주세요.”

엄지 공주는 침착하게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열쇠 구멍을 통해 303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람이 없는 빈집이었습니다. 복면을 쓴 남자들이 장롱이며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악당들이 빠져나가기 전에 얼른 경찰이 와야 할텐데......’

엄지 공주는 발을 동동 구르며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악당들은 훔쳐 갈 물건을 뒤지느라 작은 엄지 공주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문밖에서 살짝 인기척이 들리더니, 곧바로 현관문이 열립니다.

“꼼짝 마! 경찰이다!”

출동한 경찰들은 재빠르게 악당들을 제압하고 체포했습니다.

“휴~~ 다행이다!”

엄지 공주가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어? 귀여운 아가씨네. 혹시 아가씨가 엄지 공주에요?”

턱수염이 덥수룩한 경찰이 엄지 공주에게 물었습니다.

“네.”

엄지 공주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웃고 있는 경찰 아저씨를 보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오시는 아주머니께서 크게 놀란 모양입니다.

“엄지 공주의 제보 전화가 아니었으면 이 금반지 뭉치까지 다 털릴 뻔 했습니다.”

경찰이 아주머니에게 건네준 뭉치 안에는 아이들의 돌반지가 가득했습니다.

“이게 어떤 물건인데. 내가 혼자 애들 키우면서 어려운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그래도 팔지 않고 잘 간직했어...... 애들한테 물려줄 게 고작 이것뿐이라서.”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크게 목놓아 울었습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내가 산책길에서......”

그제야 아주머니는 엄지 공주를 알아보고 부끄러웠습니다. 눈을 치켜뜨고 엄지 공주에게 차갑게 말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가 되었습니다.

“엄지 공주야, 내가 정말 미안했어. 내가 겉모습만 모고 널 판단하고 상처를 주었구나. 넌 정말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야.”

“고마워. 엄지공주야.”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여 엄지 공주를 바라봤습니다.

“괜찮아요. 아주머니. 지금 저한테 사과하셨잖아요.”

엄지 공주는 아주머니의 사과에 한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행복했습니다.


*사람도 물건처럼 자기만의 쓰임이 있습니다.

그 쓰임을 스스로 발견하고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탄생의 명분’입니다.

*스쳐 가는 인연이라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서로 닿을지 모르는 게 인연입니다. 그래서 인연은 참으로 고귀합니다.


며칠이 지나 엄지 공주의 도움으로 도둑을 검거하게 된 사건이 지역 신문에 실렸습니다.

길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엄지 공주를 알아봅니다.

“도둑을 검거한 엄지 공주래.”

“참 용감한 아가씨야.”

이제 엄지 공주의 외모를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습니다.

오늘도 엄지 공주는 산책을 나갑니다.

세상 밖에서 당당하고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잘 모르고 지나칩니다.

지금 평범한 순간을 행복하게 잘 살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삶,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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