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낯선 길 위에서

by 청비

ㅡ 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여름휴가를 맞아 2박 3일간의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을 떠나기로 했다.

총 주행거리 310km!!

생각만 해도 아찔한 거리였다.

자동차 위의 자전거들

자동차 위에 자전거 두 대, 트렁크에 한 대를 싣고 상주역으로 출발!!

상주역 주차장에서

상주역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낙단보 인증센터로 출발했다. 어마어마한 거리의 라이딩을 계획했기 때문에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작은 내공으로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게 된 셈이다.

그동안의 여름휴가는 편안하게 먹고 쉬는 휴식의 시간이었다. 계획을 세우기 전 아이에게 물었다.

“이번 휴가 때 2박 3일 장거리 라이딩을 할 계획인데, 네 생각은 어때?”

무슨 일이든 참여하는 전원의 의견이 중요하기에 아이의 의견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저는 좋아요. 국토종주 하고 인증서 받으려면 해야 할 일이잖아요?”

아들은 우리의 여름휴가 계획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동안 라이딩을 하면서 쓴맛, 단맛, 짠맛 다 맛본 아들이다. 그래서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도 라이딩의 묘미에 빠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낙단보 인증센터에서

상주역에서 20km를 달려 낙단보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벌써 갈증이 났다. 음료수 자판기를 발견하자마자, 우리는 음료수를 냉큼 집어 들고 마구 흡입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음료수 자판기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이미 미지근해지거나 바닥이 난 생수를 대신해 이온 음료를 마신다. 냉기가 도는 이온 음료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오면 순간 시들어진 내가 다시 피어나는 느낌이다.

낙단보 수문 개방!

최근 장마로 인해 낙단보의 수문을 개방했다. 엄청난 양의 물들이 열린 수문을 통해 쏟아지고 있었다.

‘홍수가 나면 저런 광경이겠구나.’라는 생각에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쓸려 내려가는 물살이 거셌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구미시 진입!

쉼 없이 다시 달리고, 또 달려 구미시에 진입!

갑자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이 정도의 비로 인해 라이딩을 멈출 수는 없었다. 비를 피할 곳도 없었고, 그렇다고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문제 해결 방법은 오직 달리는 것 뿐이었다.

구미보 인증센터에서

구미보 인증센터에 도착해 인증 도장을 찍었다. 또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흐뭇함을 느끼며 잠시 벤치에 앉았다. 아들은 또 음료수를 찾는다. 얼마나 더운지 자꾸 시원한 것만 찾게 된다. 찬 음료를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날 수도 있지만, 워낙 무더운 날씨 탓에 말릴 수도 없다. 이슬비가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칠곡보로 가는 길에

다음 인증센터인 칠곡보를 향하여 열심히 페달을 굴렸다. 궂은 날씨였지만, 약간의 빗방울이 오히려 더위를 식혀주는 것 같았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이 상황에 적절할지 모르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닥친 일이라면 원망하고 탓해 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다.

아이도 이슬비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지?”

남편이 흥에 겨운 목소리로 말하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지금 나에게 처한 상황에 대해 원망하고 탓하지 말라. 그 시간에 해결 방법을 모색해라. 시련은 주저앉아 한탄하라고 주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험 같은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구미시 정원이 예쁜 식당

그렇게 또다시 한참을 달려 구미시로 들어갔다. 낯선 동네라 휴대폰 앱을 통해 식당을 검색했다.

구미시에 있는 정원이 예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출발했기에 허기가 밀려왔다. 정원에는 손님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푸른 빛을 발하는 식물들이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정원 가득 주인의 정성과 배려가 느껴졌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정원 곳곳을 누비며 굳어 있던 다리를 풀어줬다.

라이딩을 하면서 잠깐씩 걷는 행위는 다리의 통증을 감소시켜 준다.

정갈하게 차려진 쌈밥 정식을 먹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칠곡보 인증센터에서

드디어 칠곡보 인증센터에 도착!

인증 도장을 꾹~~~ 눌러 찍고 다시 출발했다. 가는 곳마다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남편이 시간을 체크하면서 차근차근 계획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강정 고령보로 가는 길에

다음 인증센터인 강정 고령보로 가는 길이었다. 잠시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기로 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인내심 다음으로 휴식은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는 없다. 적당히 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라이트와 후미등을 켜고 야간 라이딩을 준비하였다.

강정 고령보 인증센터에서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밀려왔다. 야간 라이딩은 새로운 느낌이다. 주변이 어둠으로 물들고, 고요하다. 하지만, 우린 함께이므로 두려울 게 없다. 오직 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페달을 굴린다. 그제야 대구에 있는 강정 고령보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또 한 고개를 넘었다.

수첩에 도장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나 자신이 대견해진다.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좀 더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2박 3일의 라이딩에서 총거리를 적절하게 배분하여 달려야 한다. 오늘 배분된 거리를 완주해야 내일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구 달성군의 어느 숙소에서

대구 달성군에 숙소를 잡고 땀에 흠뻑 젖은 의류들을 남편이 손빨래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입어야 하기에 여기저기 널어놓았다.

라이딩을 하면서 다른 여벌 옷을 준비하면 짊어지고 달려야 할 무게가 늘어난다. 라이딩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무게는 라이딩에 압박을 주는 짐 덩어리다. 금방 잘 마르는 자전거 복장을 세탁해서 입는 방식은 꽤 괜찮은 방법이다.

기진맥진해진 얼굴로 아들이 누워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모두 안전하게 잘 달려왔다. 내일은 또 어떤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낯선 길을 달릴 생각을 하며 낯선 곳에서 잠을 청했다.

우리가 가는 모든 낯선 길 위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깨달음이 나에게 스며들어 나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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