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슬기로운 여름나기

by 청비

ㅡ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여름휴가를 맞아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총 주행거리 310km

둘째 날~~

대구 달성군 자전거길을 달리다.

다음 목적지인 달성보 인증센터를 향해 대구 달성군 자전거길을 달린다. 어제와 다르게 구름이 걷히고 강한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자외선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려 나갔다.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멈추지 않고 달리던 우리잖아?

달성보 인증센터에서

뜨거운 햇살과 동행하며 달린다.

드디어 달성보 인증센터에 도착!

달성보 인증센터에서 휴식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달성보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했던가?

‘날씨야! 네가 아무리 더워도 나를 멈추게 하진 못할 거다!’

오기가 발동하여 더운 날씨에 더 전력 질주를 해서 땀을 흠뻑 냈다.

한여름 날씨에 무모한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날씨가 덥다고 에어컨 바람만 쐬고 움츠려 있을 수는 없다.

한여름에 땀을 뚝뚝 흘리며 삼계탕을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 시원해!”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지혜다. 물론 어린 시절엔 참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울 땐 당연히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뜨거운 삼계탕을 드시며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시니 말이다.

한바탕 흠뻑 땀을 내고 나니, 오히려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한여름 뜨거운 삼계탕을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여름에 물가를 찾거나 시원한 냉면을 먹는 일도 묘미다. 하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슬기롭게 여름을 나는 방법이다.

무더운 여름, 더위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이겨내자!

여름이 지나고 나면 더 강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합천 창녕보를 향해 달리다.

기운을 내서 다음 목적지인 합천 창녕보로 다시 출발! 뜨겁다!

헬멧을 쓴 머릿속이 흥건하다. 두건으로 덮은 얼굴에서는 습한 기운이 올라온다.

하지만, 지금 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 같은 상태일 것이다.

어린 아들 녀석도 이 더위를 참고 견디는데, 나는 엄마다!

아이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묵묵하게 페달을 밟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힘이 났다.

없는 힘이라도 쥐어 짜내야 했다.

합천 창녕보 인근 어느 마을에서

합천 창녕보에 다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허름한 창고와 낡은 탁자 그리고 플라스틱 간이의자가 보였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냉큼 창고에서 시원한 생수와 선풍기를 꺼내오셨다.

“이 더운 날, 수고가 많네. 물 한 모금씩 마시고 쉬었다 가게.”

선글라스를 쓰시고 바지를 돌돌 말아 올린 낯선 할아버지.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갑자기 나타나신 구세주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들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요즘처럼 각박한 사회에 낯선 사람에게 선뜻 호의를 베푸시는 할아버지.

갑자기 마음이 훈훈해졌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우리를 바라보셨다. 까맣게 탄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계셨다.

아직도 그분의 미소가 눈에 선하다. 낯선 우리에게 초대형 선풍기를 번쩍 들어 내오시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뭐라도 드리고 싶었다.

에너지바 두 개와 소시지 하나를 꺼내 드렸다.

“저희가 뭐 드릴 건 없고, 이거라도 드세요.”

내미는 내 손이 다 부끄러웠다. 마음 같아선 더 좋은 걸 드리고 싶었다.

“아이고~ 이거는 자네들이나 먹지.”

손사래를 치시는 할아버지의 손에 약소한 주전부리들을 쥐여 드리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합천 창녕보


합천 창녕보 인증센터에서

합천 창녕보에 도착!

인증도장과 인증사진을 찍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쉬었다 가는 쉼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분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여러 장 사진을 찍어주시는 아저씨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아저씨께서는 라이딩을 시작하고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국토종주를 응원한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이런 낯선 곳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음료수를 건네고 응원해주고.

스쳐 가는 인연이지만, 그런 인연도 함부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스쳐 가는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고 귀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합천군 자전거길을 달리다.

뜨거운 날씨의 라이딩에서 수려한 경관은 큰 위로가 된다. 합천군 자전거길을 달리며 주변의 풍경에 매료가 되었다.

이곳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 하지만, 다시 그곳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회가 되면 다시 오겠다는 거짓말 같은 약속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경남 의령군에 진입!

경남 의령군에 진입! 국토종주를 하면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을 건너가는 순간은 기분이 묘하다.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넘나들다니, 나도 내가 이렇게 끈기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사람인 줄도 몰랐다.

여행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린다. 쉼 없이 달린다. 계속 달리다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다 못해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느낌? 아무튼 그런 묘한 현상이 찾아온다.

의령군 잔등산 초입에서

의령군 잔등산 초입 도착! 다시 마음을 재정비하고 잠시 자전거에서 엉덩이를 일으켰다. 여기서부터가 최악의 코스라고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파이팅을 외쳤다.

박진재 고개!

악명 높기로 유명한 잔등산 박진재 고개!

벽마다 ‘살려줘!’ ‘죽겠다!’는 낙서들로 가득했다. 후회와 욕설들로 가득한 벽면을 보니 앞으로 펼쳐질 고생길이 훤했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기어서라도 간다는 낙서에서 이곳을 넘는 라이더들의 결의와 투지가 엿보였다.

박진재 고개에서 사투를 벌이다!

덥고 힘들고 지치고 쓰러진다. 박진재 고개!

자전거를 버리고 싶었다! 남편이 잠시 내 자전거까지 끌고 갔다.

벽면에 빼곡하게 써 있는 욕설들이 하나같이 내 마음 같았다.

라이딩을 하면서 최대의 고비였다.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죽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일어났다.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온몸에 흥건하게 땀이 흘렀다. 남편과 아들의 얼굴에서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흔히 떠도는 이 말을 곱씹었다.

박진재 고개! 그 고개를 넘으면서 아이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체력을 길러서 더 건강한 내가 돼야겠다.

그런 내가 돼야 아이도 돌아보고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체력이 부족했다. 이렇게 박진재 고개를 넘으며 한 수 배운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끊임없이 배움의 기회들이 내게로 오고 그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깨달음을 실천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실천하지 않는 앎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어느 작은 슈퍼에서

박진재 고개를 넘어 드디어 만난 구원의 보급소! 마당이 있는 가정집 분위기의 작은 슈퍼이다. 갖추어진 물품들은 별로 없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시원한 음료수와 얼음 생수는 있었기에 우리에겐 백화점보다 더 근사한 곳이었다.

창녕 도초산 영아지 마을, 산길 고개

또다시 시작된 엄청난 경사도의 업힐 구간! ‘박진재 고개도 넘었는데, 이 정도쯤이야.’라는 마음으로 덤벼들었다.

창녕 도초산 영아지 마을 산길 고개!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가 없다.

위험하고 아찔한 경사도에 순간 식겁했다.

박진재 고개보다 구간은 짧지만, 급격한 경사도에 옆으로는 낭떠러지였다.

만만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자전거와 내 몸을 이끌고 간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달픈 일이었다.

도초산 고개 정상

도초산 고개 정상! 드디어 오르막길이 끝났다는 생각에 온몸에 힘이 풀렸다.

남편은 아들에게 인증사진을 찍자고 했다.

이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길을 올라온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기억해야지.

갑자기 사진으로 이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도초산 고개를 내려오다. 다운힐의 묘미를 느끼며~

업힐이 있으면 다운힐도 있는 법!

시원한 산길을 달려보자!

남편과 아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내리막길을 질주했다. 산길 옆으로 여전히 낭떠러지였다. 겁이 많은 나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어차피 가야 하는 길이었다.

내리막길은 안장에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굴러간다. 가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상쾌하고 시원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짧은 순간이었다.

내리막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르막길은 그렇게 길고 힘들더니, 내리막길은 정말 짧은 순간에 끝나버렸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에이~~ 금방 끝나버렸네.”

아들이 내리막길의 시원한 맛을 아쉬워했다.

창녕군 남지읍에 도착!

창녕군 남지읍에 도착!

창녕 함안보 인증센터에서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야 창녕함안보 인증센터에 도착!

오늘 최악의 코스를 만났다. 라이딩을 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구간이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각별한 날로 오랫동안 각인되었다.

살다가 보면 박진재 고개나 도초산 산길 고개를 만나게 된다.

급격한 경사도나 구불구불 산길을 만나게 되면 일단 부딪혀 보라!

생각보다 어렵고 고달픈 길일지라도 어느 순간에 끝이 나 있기 마련이다.

그 끝에 그 길을 지나온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다.

그 짜릿한 희열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그런 무형의 자산을 남겨 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은 나만의 재테크다.

이전 06화6. 낯선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