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리의 여름은 뜨겁고 강렬했다!

by 청비

ㅡ 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여름휴가를 맞아 2박 3일간의 4대강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총 주행거리 310km!

셋째 날~~~~~

밀양시 하남읍 어느 숙소에서

밀양시 하남읍에서 밤 10시가 되어 숙소를 구하고, 휴식을 취했다.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니,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종일 한 끼밖에 먹지 못하고,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였기에 치킨, 컵라면, 김밥을 폭풍 흡입했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왜 이리 달게 느껴지는지,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침 8시 출발 전

다음 날 아침 8시!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다시 출발했다. 폭염으로 온 세상이 후끈 달아올랐다. 출발하기 전부터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다시 나아가야 한다. 지체할수록 그나마 남아있는 에너지가 몸에서 빠져나갈 것 같았다.

“아들! 조금만 더 힘내자!”

큰소리로 외치며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자전거길의 표식

자전거길에 써 있는 국토종주와 낙동강 하구둑 표식을 보며 무조건 달렸다.

그 표식들이 나아갈 힘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표식들의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경남 양산시 진입!

경남 양산시에 진입!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처음 발을 내딛는 곳이 많아졌다. 산, 들, 강 그리고 사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그리고 가끔은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치가 아름다워서. 또는 그냥 마음이 이끌려서.

그러고 보니, 장소도 사람처럼 색깔이 있다. 유독 마음에 와닿는 사람처럼 그런 장소가 있다. 그런 곳에서 특히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사진으로나마 그곳을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경남 양산시에서 휴식 중

잠시 멋진 뷰를 바라보며 땀범벅으로 지친 몸에 휴식을 주었다.

아들은 얼음 생수병으로 후끈 달아오른 얼굴을 문지른다. 더위도 많이 타는 녀석인데, 참 대견하다. 군말 없이 이 먼 길을 잘 따라왔다.

함께하는 라이딩이 너의 삶에 꼭 기록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아들아~~

양산 물문화 회관을 향하여!

다시 힘을 내어 다음 인증센터인 양산 물문화 회관을 향하여 달린다.

어떤 상황을 만나든 지금의 인내심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못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일단 부딪히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으니.

양산 용당들 공원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산 용당들 공원 푸드트럭에서 시원한 팥빙수와 음료수로 갈증을 달래고, 토스트로 허기를 달랬다.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라이딩 복장을 한 우리에게 주인아저씨께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대충 말씀드리니, 아저씨께서 대단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끝까지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다.

아저씨께서도 한때는 라이딩을 즐기셨는데, 장사를 시작한 후로 자전거가 제 기능을 못하고 창고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었다고 했다.

“먹고 사는 게 뭔지... 에휴...”

아저씨의 한숨이 빗물처럼 낮게 떨어졌다.

비 온 뒤의 더위와 싸우다!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비 온 뒤에 더 사나워진 날씨!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습한 기운이 머리끝까지 스며들었다. 그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파이팅을 외치며 달려나간다!

인증센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파이팅!” 남편이 우렁찬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덩달아 파이팅을 외쳤다.

순간 없던 기운이 마구 솟았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같은 경험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라이더들끼리는 소통이 잘 된다.

우리는 서로 공감하고 소통한다.

지나가는 많은 라이더들이 서로에게 힘내라는 구호를 외친다. 다시 마주치지 않을 확률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양산 물문화 회관 인증센터에서

양산 물문화 회관 인증센터!

그늘도 없고, 쉴 벤치 하나 없다. 야박하기 짝이 없다.

인증도장만 찍고 바로 출발!

부산 진입!

드디어 부산 진입!

이날 처음으로 부산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부산 삼락공원 자전거길에서

부산 삼락공원 자전거길에서 잠시 쉬면서 수분 보충을 했다.

우리는 무더위 때문에 한 번 쉴 때마다 물을 1리터씩 폭풍 흡입했다.

살면서 한 번에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마셔본 일은 처음이다.

마셔도 마셔도 쉬이 가시지 않는 갈증.

얼마나 많은 땀을 쏟아냈는지,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낙동강 하구둑 도착!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에서

남편과 아들은 자전거를 번쩍 들어 올리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부자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장하다! 우리 아들! 늘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줘~~

낙동강하구둑 인증센터에서
낙동강 하구둑 인증센터에서

나도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 순간의 감격스러움이 고스란히 남겨지길 바라면서.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

부산역까지 10km를 다시 달려 역 앞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에 도착!

부산 시내에는 자전거길이 없는 관계로 두 시간을 걸어서 갔다. 부산 시내는 유독 혼잡했다. 나는 복잡하고 번화한 거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는 그런 도시가 좋다고 했다. 나중에 커서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조용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시골에서 사는 게 별로였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쯤은 이 시골살이가 그리워질 날이 올 것이다.

나 역시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서울 같은 도시를 동경했다.

방학 때 도시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하면 높은 아파트나 건물들이 내 시선을 빼앗아 갔다.

도시에 사는 사촌과 나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곤 했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이질감과 동경을 느낀다.

나는 네가 더 넓은 세상을 누비며 더 많은 경험들을 쌓아가길 바란다. 아들아.

도시의 혼잡함이나 번화함도 시골의 한적함이나 불편함도 모두 느껴보길 바라.

모든 곳에서 경험을 통해 성장할 것이다.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무궁화 열차에 탑승. 지친 기색이 역력한 우리.

자전거와 기차. 그리고 여행... 나름 낭만이 있다.

더위와 맞서 싸운 흔적

2박 3일간의 라이딩!

그 영광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았다. 다리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반바지를 살짝 걷어 올리니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더위와 맞서 싸운 치열한 흔적을 보니 괜히 마음이 흐뭇했다.

“돈 주고 선탠도 하는데, 공짜로 선탠도 하고 좋네~~”

내가 농담을 던지자, 남편이 웃었다.

엄밀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지만.

자전거 미터기 310km!

총 주행거리 310km!

낙동강 종주를 마치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에 짜릿함이 느껴졌다.

내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우리가 함께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준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여름은 뜨겁고 강렬했다! 그래서 더 진하게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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