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뜨거운 폭염 아래 탄금대에서 수안보 왕복 57km 라이딩~
예전에 찍었던 인증센터였지만, 수첩 하나에 인증도장을 찍지 못해 다시 오게 되었다.
아직 낙동강 자전거길 후유증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가끔은 천천히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라이딩을 즐기는 것도 좋다.
탄금대 공원에서탄금대 공원에 주차 후 자전거를 타고 출발!
울창한 나무 위에서 매미들이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더 익어가는 것 같았다.
벤치에서 휴식20여 분쯤 달리다 그늘에 있는 벤치를 발견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쉴 곳을 발견하는 순간, 그곳에 머물고 싶어진다.
어린 시절 보물찾기 놀이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
아무튼 그런 기분으로 벤치를 발견하고 냉큼 자리를 잡는다.
“아들, 오늘은 거리가 짧으니까 여유롭게 달리자.”
얼음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러자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남편이 왕복 57km라고 말하자, 그 정도쯤은 거뜬하다고 말하는 아이.
그동안 장거리 라이딩을 하며 몸과 마음이 단련된 모양이다.
괜히 마음이 흐뭇했다.
수주팔봉 폭포수주팔봉 폭포!
수주팔봉은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달천 위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떠오른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가 약 493미터인 바위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중앙에 팔봉폭포라는 부분에 농사를 짖기 위해 인위적으로 변형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수려한 경관을 자연 그대로 보존했다면 그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했을 것이다.
자연은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 속에 인위적인 모습이 끼어들면 그 가치를 잃는다.
자연을 변형시키기 전에 미래적 가치를 생각해보자.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가치에 치중하면 멀리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강가에서아이가 강가 앞에서 자전거를 멈춘다.
반가운 마음에서였을까?
초등학교 시절엔 물놀이도 참 자주 갔었는데...
날 잡아 물놀이 한번 다녀와야겠다.
물에 발을 담그다.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브이!
맑고 시원한 강을 보니,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물놀이가 아니였기에 여벌 옷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만 담그고 첨벙첨벙!
단거리 라이딩을 하니 이런 여유도 다 누려본다.
강가에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많았다. 물살에 의해 둥글둥글하게 깎여진 돌멩이들.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제 살들이 깎여 나간다.
마치 사람 사는 모양새와 많이 닮아있다.
긴 세월, 얼마나 부딪히고 깎여졌을까?
둥글둥글한 모양이 참 애처롭다.
사색하는 중아들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사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말을 걸지 않았다. 때로 우리는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하다. 그 사색들이 자라 내가 된다.
사색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글을 쓰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수안보를 향해 달리다.다시 수안보를 향해 달렸다. 데크가 깔린 길 위를 누비는 아이의 모습이 여유롭다.
푸른 하늘 위로 새때들이 줄지어 날아간다.
그들만의 규칙적인 대형으로 날아가는 모양새가 신비롭다.
함께 속도를 맞추고 대형을 이탈하지 않는다.
우리도 서로를 돌아보며 보이는 범위 내에서 달린다. 너무 앞서 나가거나 뒤처지는 일은 서로에게 힘든 일이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서로 속도를 맞추면서 간다는 것은 배려이자 이해이다.
열심히 달리는 아들오늘따라 열심히 페달을 굴리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더 유난히 그런 날이 있다.
수안보에 다다르다.달리고 달려 곧 수안보에 도착할 예정이다. 목적지가 보이는 순간은 더 힘차게 페달을 구른다.
수안보 인증센터에서뜨거운 날씨에 수안보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린 아들.
대자로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 다행히 근처에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민폐라서...
잠시 뒤 아들이 피곤함을 툴툴 털어버리고 벌떡 일어났다.
수안보 경치수안보 경치를 둘러봤다. 생각 외로 사람이 없다.
한적한 그곳의 풍경이 쓸쓸해 보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관광지의 모습을 예상했는데, 빗나갔다. 곳곳을 산책하며 다니다 보니 우리만의 세상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사라진 어느 마을의 풍경처럼 사람 구경하기 참 힘들다.
무더운 날씨 탓인가?
관광지다운 광경이 보이지 않아 살짝 걱정이 되었다.
소망석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는 소망석이 눈에 들어왔다.
“소원을 들어준대. 우리 소원 한 가지씩 빌어볼까?”
소망석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지금처럼 건강한 가족으로 잘 살아가게 해주세요.’
평범한 소원이지만, 간절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건강 악화로 인해 큰 수술을 받고, 병원 신세를 진 사람들이 많다.
오랫동안 완치가 되지 않거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지인들은 보면서 건강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과 아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우리의 소원들이 소망석에 가닿기를 바란다.
수안보 근처
근처 식당에서 뜨거운 순두부로 점심을 먹었다. 밑반찬은 간이 좀 세서 별로였지만,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순두부찌개는 얼큰하고 맛있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들도 순두부찌개는 다 비웠다.
노상 커피를 마시다.돌아오는 길에 잠시 쉬면서 커피를 마셨다.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컵에 아메리카노를 부으면 뚝딱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만들어진다.
나름 간편하고 가성비가 좋다.
나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 커피보다 편의점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
커피의 풍미는 떨어지지만, 야외에서 마시는 커피는 더 많은 것들과 어우러진다.
단돈 1,800원에 커피와 함께 곁들여지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거리를 스치는 모든 풍경들이 내게로 온다.
낯설고 낯익은 많은 것들이 한잔의 커피처럼 나에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