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문경읍에서 상주보까지 왕복 120km 라이딩 오후 이야기~~
이번 라이딩에 두 가지 최악의 조건이 동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더 뜨거워지는 날씨와 최악의 코스다!
남편이 출발 전에 코스를 확인하면서 이번 코스는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라이딩 시간이 길어질수록 큰소리를 쳤던 게 뼈저리게 후회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국토종주를 하면서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더위와 싸우다!
점점 더해가는 통증한참을 달리고 나니, 점점 엉덩이와 다리의 통증이 심해졌다. 가끔 손목까지 저렸다. 한쪽 손목을 흔들면서 달리니 저렸던 현상이 쉽게 풀어졌다. 아마 혈액순환 문제인 것 같았다.
남편과 아들은 손목 저림 현상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과 아이의 얼굴에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 말수가 줄어들었다. 체력이 바닥난 게 분명했다.
상주 상풍교 전 업힐 구간
다음 인증센터인 상주 상풍교까지 짧은 업힐 구간이 있었다. 비교적 경사도는 낮았지만, 뜨거운 날씨가 문제였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건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한여름의 강한 자외선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발랐던 선크림은 땀범벅이 되어 무용지물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갔기 때문에 선크림을 다시 바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자! (상주 매협재)
힘들어도 묵묵하게!무지막지한 업힐 구간 상주 매협재! 우회도로로 가면 수월하다고들 했다. 하지만, 우린 정 코스로 도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체력이 바닥난 그 상황에 무슨 오기였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 유난히 숙제를 많이 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몇 시간 동안 숙제를 하면서 끙끙대던 기억이 떠올랐다.
많은 분량 탓에 해도 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숙제처럼 점점 지루해졌다.
그 덕분에 멘탈 붕괴에 저절로 욕이 나왔다.
물론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오진 않았지만, 속에서는 온갖 욕설들이 난무했다.
경천대 공원 경천대 공원에 도착하니, 공원 내 글램핑장이 보였다. 한가롭게 글램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슬리퍼를 신고 천천히 걷는 모습이 순간 부러웠다.
어디선가 고기 굽는 냄새가 스물스물 올라와 우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우린 또 가야 할 길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에 끝까지 가야 하는 길.
경천대 공원 내
경천대 공원 내
이색 조각 공원
이색 조각 공원을 지나이색 조각공원을 지나 앞으로 나아갔다. 하루 안에 이 코스를(120km) 종주해야 하기에 늦장을 부릴 여유가 없었다. 아들의 속도가 조금 뒤쳐졌다.
남편은 앞서 달리다가도 중간중간 뒤를 돌아봤다. 아들과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달렸다.
서로 기다려주고 돌아봐 주면서...
상주보 입성! 태극기가 휘날리다!드디어 상주보 입성!
길옆으로 세워진 태극기들이 휘날렸다. 마치 우리를 격하게 반겨주는 것 같았다.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획득한 선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왜 이리 반가운지,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상주보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복귀 코스의 난이도와 찌는듯한 날씨 때문에 걱정이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났고, 늦은 밤까지 라이딩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강천교를 달리다. 돌아갈 때는 강천교로 우회하기로 하였다. 이미 상주보까지 고난이도 코스로 와봤기 때문에 갈 때는 조금 더 수월한 코스를 선택하였다.
상주보까지의 코스와는 조금 다른 코스이기 때문에 이색적일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강천교 아래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이 고요했다. 평온한 분위기가 좋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마저 뜨거운 열기를 몰고 왔다.
좀 전까지 시원했던 바람이 그새 변덕을 부리나 보다.
“아들! 힘들지? 조금만 더 힘내자!”
앞서 달려가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네, 괜찮아요!”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힘들고 괴로운 이 순간에 한 마디의 불평불만 없이 괜찮다고 말하는 아들이 더 안타까웠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자기감정 표현을 조금 더 솔직하게 했으면 좋겠다.
“아!!!!!!!!!!!” 달리다가 너무 힘들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한바탕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아들! 크게 한번 소리 질러봐.”
내가 미친 사람처럼 막 소리를 질러도 아이는 묵묵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남편도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불렀다.
원래 가창력이 뛰어난 남편은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한다.
“아들! 큰소리로 노래 한번 불러봐.”
남편이 말하자, 아들은 쑥스러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이 있다. 남편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정열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색이다. 나는 연보라색과 초록색을 좋아한다. 연보라색은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다. 그리고 초록색은 생동감이 넘친다.
아들은 흰색과 검정색을 좋아한다. 내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너무 튀지 않고, 무난해서 좋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아이가 조금 더 활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물론 지극히 내 욕심일 것이다.
아이가 편하고 좋다면 그게 가장 좋은 모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랬으면 하는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건 내가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미성숙한 부모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아이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 모든 것에 적극성을 가지고 임하길 바라며 늦더라도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그런 성향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 아들.
복귀하는 길아들이 많이 지쳤는지 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잘 따라오고 있지?” 이따금 아이의 상태를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문경읍에 도착해 자전거를 싣고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었다. 오늘 하루는 길고 힘든 여정이었다.
“아들! 오늘 하루 고단했지? 고생했어.”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엄마, 아빠도 고생하셨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아이가 피로 회복제 두 알을 꺼내서 건네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가슴이 먹먹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가족애가 더 돈독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자기 자신 또한 더 견고해지고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