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한 여름의 업힐 구간!

by 청비

ㅡ 코로나 이전 이야기입니다.ㅡ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7월 말,

황금 같은 주말을 이용해 문경읍에서 상주보까지 왕복 약 120km를 라이딩하기로 했다.

문경 읍내 위치한 암벽장에서

문경 읍내에 위치한 어느 암벽장에 차를 주차해 두고, 라이딩 준비를 하고 있다.

이때는 전혀 몰랐다. 오늘 날씨가 최악의 무더위라는 것을!

그리고 그 무더위가 라이딩에 크나큰 재앙이라는 것을!

각자 헬멧과 장갑을 착용하고 자전거의 물병 거치대에 얼음 생수를 하나씩 실었다.

몇 번 라이딩을 해보니, 생수는 필수 아이템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자! 오늘도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위해 출발!”

남편이 선두로 나서며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늘 에너지가 넘치는 그 모습이 존경스럽다. 라이딩은 처음부터 속도를 내면 무리가 온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고, 중간중간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마라톤과 유사하다. 특히 장거리 라이딩은 길게 보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서행했다.

마성면 냇가 길을 달리며

갑자기 풀냄새가 코를 타고 뇌리까지 전해졌다.

“아들! 풀냄새 좋지? 이게 바로 여름 냄새야.”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이에게 말했다.

“전 이 냄새가 별로에요. 꽃향기도 아니고......”

뒤따라오던 아들이 대답했다.

“아 그래? 사실 엄마도 어릴 땐 풀냄새가 정말 싫었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이 냄새가 좋아지더라. 이 냄새를 맡으면 여름이 자꾸 말을 거는 거 같거든.”

속도를 늦추고 아이와 나란히 달리며 말했다.

이렇게 나란히 달리는 순간에는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어릴 땐 이 풀냄새가 정말 싫었다. 어린 시절 풀냄새는 그냥 시골 그 자체였다.

시골에만 있는 것, 촌스러운 것, 무더운 여름의 산물.... 그냥 그런 것이었다.

외할머니를 따라 고추밭에 가면 풀냄새와 고추 냄새가 뒤엉켜 코를 움켜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냄새가 그리워진다. 풀냄새는 하늘나라로 떠나신 외할머니의 향수 같은 것이다. 외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는 이맘때쯤이면 외가 식구들과 함께 시골 강가에 모여 물놀이도 하고, 고기 파티를 즐겼다.

한 집안에 어른이 돌아가시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런 모임과 왕래가 줄어들었다.

이제 나에게 한여름의 풀냄새는 생동감이고 그리움이다. 초록이 살아 숨 쉬는 생동감, 떠나간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비록 아이는 싫어하는 풀냄새라지만, 그 냄새가 어느 순간엔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향기가 있는 그 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마성면 냇가 길을 따라서 여유롭게 달렸다. 나무들이 쭉 줄지어 있는 냇가 쪽으로 바짝 붙어 갔다. 나무들이 가져다주는 그늘이 우리에겐 고마운 선물이었다. 길옆으로 푸른 벼들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졌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마음이 푸르러졌다.

초록은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이다.

성장, 생동감... 그런 느낌들을 전해주는 색이라 참 좋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색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좋아하는 색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왔다.

뚜렷하게 어떤 이유에서 좋다기보다 그냥 좋은 사람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냥 좋은 색으로 남고 싶다.

어쩌면 그 소망이 너무 허무맹랑할지 모르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목표와도 흡사하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자!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


초록이 선사하는 풍경을 마음에 담으며 우리는 계속 달렸다.

초록 길을 달리며
매미 울음소리를 듣다.

“매앰매앰~~” 나무 위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마치 배고픈 갓난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듯...

“아들? 지금 우는 매미는 수컷일까? 암컷일까?”

퀴즈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꼭! 수컷이나 암컷 둘 중 하나에요?” 아들이 역으로 질문을 했다. 아이의 말은 매미는 암수에 상관없이 다 울 수도 있지 않냐는 말이었다.

“그래, 범위를 넓게 보고 다른 답을 유추해 보는 발상은 참 좋은 것 같아. 그런데, 매미는 수컷이 높은 소리를 내며 우는 거래.”

“수컷한테 특수한 발음기가 있어서 높은 소리를 낼 수 있대.”

아이의 대답에 먼저 칭찬을 해 주었다. A일까? B일까? 라는 질문에 A,B 모두 일수도 있지 않냐는 역질문에 대해.

그리고 내가 아는 짧은 지식을 설명해줬다.

우리는 라이딩을 하면서 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또한 자전거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서서히 업힐 구간 시작!

머리 위에서 뜨거운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발아래 아스팔트에서는 열기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한여름, 누가 누가 더 뜨거운지 내기라도 하듯...

국도 옆으로 길게 뻗은 자전거길을 달린다.

끓어오르는 열기는 내 안에 오기를 발동시켰다.

‘네가 아무리 더워도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마음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불정역 안내 표지판


불정역 풍경


불정역 풍경

얼마만큼의 땀을 쏟아냈는지, 점점 온몸에 기력이 다해갔다.

드디어 불정역 인증센터에 도착!

지금은 운영되지 않는 한적한 시골의 작은 간이역!

1955년 9월 15일 준공되어 제 역할을 다 하다가 지금은 폐역이 되었다.

하지만, 폐역 이후에도 관리가 잘 된 덕분인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폐역이 된 간이역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한적하고, 조용한 그 모습이 마치 친정 아버지의 모습과 닮았다. 한 시절 몸 바쳐 일하고, 여기저기 병들어 쇄약해진 모습. 공허함과 쓸쓸함이 감도는 그곳은 아버지였다.

비록 폐역이 된 간이역이지만, 오랫동안 그곳에 남아 있기를 바라면서 길을 나섰다.

업힐 구간을 오르다!
업힐 구간! 자신과의 싸움!

문경시로 들어가기 전 업힐 구간!

오르막길은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려서 걸어갈까?’라는 유혹이 자꾸만 손을 뻗어온다. 뜨거운 태양을 목구멍으로 삼킨 듯 목이 타들어 갔다. 거친 숨소리가 빠르게 공중으로 흩어졌다. 간간이 얼음 생수를 들이켰다.

어느새 얼음이 녹아 미지근한 물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미지근한 물이라도 한 모금 들어가면 타는듯한 갈증이 조금 덜했다.

오르막길에서는 아들이 먼저 앞질러 나간다. 점점 체력이 바닥난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전진한다. 느리게 가더라도 절대 포기란 없다!

아이가 옆에 있으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느리게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늘 아들에게 가르쳐 주려는 삶에 대한 태도이다.

물론, 잘못된 길이거나 더 좋은 길에 대한 확신이 들 때는 경우가 다르다.

그런 경우에는 신속하게 포기하는 편이 오히려 득이 된다.


문경시 하상 공원에 진입하고 잠시 문경시에 들려 시내 구경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시내를 다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곳에서는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모든 길에서 우리는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우리가 가야 할 모든 길을 완주하는 그 날까지!

자전거길 안내 표지판


상주시 진입! 잠시 휴식~~

국토종주 낙동강 자전거길 상주시에 진입하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들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뒤엉켜있다. 깔끔한 아이가 헝클어진 머리에도 개의치 않는다. 그 모습이 나는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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