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사장님이 40대에 회사원이 되었다. ㅡ 6
모든 걸음이 이곳을 향하게 된다.
"어서오세요."
아침 7시,
가게 셔터 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새벽 도매시장에 가셨던 어머니께서 콜벤차 한가득 채소를 실고 오셨다.
어머니는 오랜 경력으로 좋은 채소를 저렴하게 구매하시는 수완이 있었다.
그때는 고정으로 이용하는 콜벤차가 있었다.
남편과 나는 콜벤차가 오기 전에 가게 문을 열고 먼저 신발 가게를 쓸고 닦는다.
콜벤차가 도착하면 채소를 나르고, 진열대에 정리정돈을 했다.
이제 손발이 잘 맞아 가게 문을 열고, 물건을 정리정돈하는데 능숙하다.
우리는 점점 합이 잘 맞는 동업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새벽시장에서 물건을 받아오시고, 남편은 배달을 하면서 전단지를 돌렸다. 나는 판매를 하고, 전화주문을 받았다. 체계적으로 담당업무가 정해져 있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업무를 하기도 했다.
가령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 같이 판매를 하기도 하고, 배달이 밀릴 때는 두 사람이 나가서 배달을 했다.
참 효율적인 업무배정이었다.
"오늘은 배추금이 너무 비싸더라. 열무는 아주 헐값이 되었고."
새벽시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께서는 채소 시세를 일일이 알려주셨다. 날마다 가격의 변동이 있는 채소는 그날 그날 도매가를 체크하고, 판매가를 결정짖는다.
우리가 장사하는 이 재래시장 안에 채소가게가 우리를 포함 세 곳이다.
한갑이 훌쩍 넘으신 할머니 한 분은 노점에서 채소를 판매하신다.
얼마 전까지 어머니께서 그랬듯이.
가게들마다 어느정도 단골이 확보되어 있었다.
더러 이 가게 저 가게를 오가며 채소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동네 장사다 보니 대부분의 고객들이 어느 집에 사는지, 직업이 뭔지, 가족이 몇명인지 꿰뚫고 있었다.
단골 식당과 동네 유치원에서는 주단위나 월단위로 채소와 건어물값을 지불했다.
그때마다 큰 액수가 들어왔고, 통장 잔고가 늘어났다.
그분들은 우리가게의 매출 전반을 좌우하는 VIP고객이었다.
"여보세요?"
"아까 배달시킬 때 깜빡하고 들깨가루를 주문 못했어요. 지금 사러 나갈 겨를이 없는데, 미안하지만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단골 식당에서 전화가 왔다.
들깨가루 한 봉지를 배달해 달라고 했다.
"네. 금방 가져다 드릴께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흔쾌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인 아주머니 혼자 장사를 하는 대학가 정문 앞에 있는 식당이었다. 곧 학생손님들이 몰릴 점심시간인데,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아까 배달간 머우대에 들깨가루를 넣고 볶아서 밑반찬으로 내놓으실 모양이었다.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고, 들깨가루 한 봉지를 배달했다.
"들깨가루 한 봉지 가지고 배달시켜서 미안해요. 이거 금방 찐건데, 가져가서 식구들이랑 먹어요."
식당 아주머니께서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남편에게 들려주며 말씀하셨다고 했다.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후로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그 식당에 배달을 간다.
채소와 건어물을 비롯해 우리 가게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들을 주문하신다.
그리고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전화주문을 하셨다.
그 믿음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더 신선한 채소와 질 좋은 제품으로 엄선해서 배달을 했다.
그 아주머니의 식당이 문을 닫기 전까지 10년동안 꾸준히.
아주머니께서 건강상의 문제로 식당문을 닫는 마지막 날,
베지밀 한 박스를 들고 가게로 오셨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시며 아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셨다.
"오히려 저희가 고맙죠. 그동안 꾸준히 거래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장사도 잘하고."
"치료 잘 받으시고, 완쾌되셔서 좋은 모습으로 봬요."
나는 봉투에 만 원짜리 다섯 장을 넣어 아주머니의 손에 쥐어드렸다. 한사코 거절하시는 아주머니에게 제 마음이니 받아주시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단골 고객이 영원히 내 단골 고객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언제 어느 때라도 바뀌는게 사람 마음이다.
싱싱한 채소를 저렴하게 파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그 부분은 가게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골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 입장을 헤아리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면 고객들의 발걸음은 이곳으로 향하게 된다.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결국 모든 걸음이 이 곳을 향하게 된다.